「대마(大馬)도 죽는다」. 기아사태와 금융시장 위기 등 굵직한 경제현안의 한가운데 서있는 강경식(姜慶植)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5일 잇단 강연회에서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를 혁파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부총리의 평소 지론과 선이 닿는 주장이긴 하지만 워낙 민감한 시기라 업계에서는 「대마〓기아?」라는 조심스런 추론도 나왔다. 강부총리는 이날 오후 인하대 경영대학원 강연에서 『기업들이 덩치만 크면 정부가 망하지 못하게 할 것이란 대마불사의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기업의 부도는 (기업이 잘못해) 스스로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대마불사 혁파론」은 기아사태의 해결과정에서 정부가 부도처리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민간은 크든 작든 문제만 생기면 정부가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문제의 단서를 제공한 재벌들의 차입경영 행태를 높은 톤으로 비난했다. 강부총리는 이날 오전에는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 주최 강연회에서도 『기아그룹 부도 등 최근의 경제난은 투명경영과 합리적 소비, 시장제도 정비 등 구조개혁을 소홀히 한 탓』이라며 자신이 추진중인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특히 『변화의 과정에서 비효율적 기업은 어려움에 빠지고 자기혁신을 게을리 하는 근로자는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쓰러지는 기업들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근로자 대량 감원도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경제현안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강부총리의 「경고성」발언에 재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