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에서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면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대선전략 및 보수연합추진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가장 적극적이다. 그동안 김총재는 「선(先)사과, 후(後)사면」을 주장해왔다. 그러던 그가 『사과를 하지 않아도 용서 차원에서 사면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여권 일각에서 검토하고 있는 「속전속결식 사면」 가능성에 대비, 선수를 친 것으로 보인다. 즉 김총재는 전, 노씨 사면을 먼저 주장함으로써 여권의 「히든카드」를 무력화하고 그 열매를 함께 나눠 가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국민회의측은 현재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가 주창하고 있는 「대통합의 정치」를 보수대연합의 사전포석으로 생각하고 있다. 보수대연합에는 자민련 김종필(김종필)총재뿐 아니라 전, 노씨로 상징되는 구여권세력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게 국민회의측의 시각이다. 따라서 김총재의 전, 노씨 사면 주장에는 보수대연합 움직임을 사전에 견제하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전, 노씨 사면에 대한 이대표의 입장도 종전에 비해 적극적이다. 지난달 29일 동아일보사와 KBS가 공동주관한 TV토론회에서 이대표는 『사회대통합이나 국민간 갈등과 불화를 씻어낸다는 차원에서 결코 할 수 없다고 말하지는 않겠으나 그 시기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대표가 전, 노씨 사면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 이대표 주변의 움직임은 더욱 적극적이다. 이대표 측근 중에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인 영남표와 최근 냉기류가 흐르고 있는 불교계를 의식, 여건만 성숙하면 전, 노씨를 적당한 시기에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 측근들은 최근 『전, 노씨를 추석직전에 사면 또는 형집행정지로 풀어줘 그들이 조상묘를 찾을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겠느냐』며 여론의 동향을 은밀히 타진하기도 했다. 〈최영훈·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