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 투하와 태평양전쟁 패전일이 포함된 8월은 일본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올해 역시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를 비롯한 일본 각지에서 핵무기의 참혹함과 전쟁의 공포를 강조하는 행사가 잇따라 개최됐다. 그러나 일본의 아시아 침략과 전쟁 발발이 결국 원폭 투하로 이어졌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설명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양심적인 언론과 지식인들이 「일본의 전쟁책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갈수록 보수파의 목소리가 커져가는 실정이다. 나가사키시가 원폭투하 기념식에서 채택한 「평화 선언문」에는 그동안 들어가 있던 「아시아지역에 대한 사죄」라는 표현이 아예 삭제됐다. 일본군이 저지른 「군 위안부 동원」과 中日(중일)전쟁중의 세균전 및 남경(南京)대학살에 관한 일본 사회의 논란도 마찬가지다. 우익성향 지식인과 매스컴이 주도해온 교과서 군위안부관련 기술 삭제 움직임은 일부 학부모가 법원에 소송을 내고 이바라키(茨城)현의회가 「교과서 개정 결의안」을 채택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자유주의 사관」이라는 야릇한 이름아래 군위안부를 자발적인 상업행위로 규정하거나 일본군의 관여를 부정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희생자 유족의 배상 청구 소송과 전쟁당시 현지주둔 일본군 장성의 일기를 통해 실상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 중국에서의 세균전 자행에 대해서도 「실험은 했지만 실제 세균전은 없었다」고 강변한다. 중요한 것은 역사를 있는 사실대로 기술하고 가르치면서 잘못된 점은 반성하고 재발을 방지하려는 노력이다. 패전후 52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자신들의 피해만 강조하고 가해의 역사는 눈을 감는 일본사회를 보는 심경은 정말 착잡하다. 권순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