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상업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은 기아그룹이 사실상 부도상태에 빠진데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 한국 재계랭킹 8위에 소유분산이 잘된 기아의 부실화는 한보 삼미 진로 대농 등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않은 그룹의 부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판단하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말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덤으로 올려 받은 신인도를 이번 기아사태로 완전히 까먹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들은 외화를 빌릴 때마다 고금리에다 통사정까지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외국금융기관의 푸대접은 △조달금리 상승 △차입기간의 초단기화 △자금공여한도 축소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달금리는 리보(런던은행간)금리에다 붙이는 가산금리가 작년말에 비해 최고 1%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차입기간도 기존의 3∼6개월짜리는 힘들고 한달미만짜리를 빌리고 있다. 특히 제일은행 서울은행 등 부실은행은 해외시장에서 금리를 따지지 않아도 자금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게 외환전문가들의 얘기. 국내 금융기관들은 단기자금(6개월미만) 차입비중이 80%인 점을 감안할 때 계속해서 외화자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하면 「부도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외환은행 閔承基(민승기)외환자금부 차장은 『올초부터 가시화된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자금난이 언제 끝날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