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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銀지원방침 배경]정부,『국가신인도 하락』위기감

입력 | 1997-08-13 19:56:00


정부가 제일은행 지원방침을 밝힌 것은 국내 금융기관 전체의 신용도, 나아가 국가 신인도가 하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은 한보 및 기아그룹의 주거래은행으로 올 상반기(1∼6월) 가결산 결과 3천5백65억원의 적자를 낸 제일은행의 해외자금조달 길이 막혀가자 급기야 지원에 나선 것. 정부와 한은은 이번 지원으로 △외국 기관투자가들에 한국정부가 국내 금융기관의 위기를 방치하지 않는다는 보증효과 △국내 금융기관의 급전 수요를 줄여 조달금리 하락을 기대하고 있다. 신용도 하락이 가장 심각한 쪽은 제일은행.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제일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을 연초 BBB+에서 한보부도 사태이후 BBB-로 두단계 떨어뜨렸다. 여기에다 이 은행에 대한 전망등급을 「네거티브(부정적)」로 변경, 향후 특별한 개선조치가 없는 한 장기신용등급을 BB로 떨어뜨릴 태세다. 등급이 BB가 되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이른바 「투자 기피대상」으로 외화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렵게 된다. 제일은행이 이처럼 벼랑끝에 몰린 것은 무엇보다도 거래 기업들의 잇따른 도산 때문이다. 유원건설 한보철강 삼미특수강 진로 기아 등 지난 1,2년사이에 발생한 대형 부도기업에 총 3조3천7백억원가량 물려 연간 3천억원대의 이자수입이 전혀 들어오지 않고 원금도 운용할 수 없다. 무리한 주식투자로 주식평가손이 무려 4천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상반기중 순손실로 자본금의 43%를 까먹은 상황이며 이대로 가면 올해 7천억원을 웃도는 적자가 예상된다. 제일은행은 이달초 기아자동차가 수출하면서 발행한 환어음의 일종인 장기수출환어음(DA) 할인을 전면중단, 「기아의 경영진을 압박하기 위해 수출길까지 막는다」는 여론의 질타를 듣기도 했다. 이는 사실 제일은행이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오지 못했기 때문. 재경원 관계자는 『제일은행 뉴욕지점의 경우 현재 달러화 기채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미국 은행감독당국의 경영 건전성 조사가 임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가 지원을 적극 검토한다고 발표한 13일 제일은행측은 『한은 특융 등 정부의 지원책이 시행되면 현재의 등급을 유지할 수 있고 해외 장기채권 발행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상·이강운·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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