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같이 와서 죽었어야 하는데…. 이제 나혼자 덩그러니 남아 무슨 낙으로 살겠습니까』 6일 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로 아내와 9세 6세의 남매, 그리고 장인 장모와 처남 등 8명을 한 순간에 잃어버린 한양대 의대 신경과 金熙太(김희태·34)교수. 그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같이 가자고 졸라댈 때 학회준비고 뭐고 다 팽개치고 함께 떠나지 않은 자신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다. 난생 처음 해외여행을 한다며 신바람이 난 아이들을 김포공항에서 배웅한 다음날 아침, 곧 연락이 오겠거니 하며 무심코 TV를 켜다 그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렸다. 그길로 곧장 공항으로 가 괌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 5시간동안 온몸의 피가 말라버리는 듯했다. 공항에 내리자 교민들이 생존자 명부를 내밀었다. 『제 가족은 없군요』 믿어지지가 않았다. 어떻게 8명중 한명도 살아남지 못했단 말인가. 그러나 그의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확인된 시신 가운데서도 가족은 없었다. 시신이라도 구하기 위해 밀림을 헤치고 사고현장에 가봤지만 처참하게 부서진 비행기 잔해와 매캐한 냄새만 진동할 뿐 아내와 아이들은 찾을 수 없었다. 이대로 따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러나 마냥 슬퍼할 수 만은 없었다.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참담함을 가슴에 묻고 병원을 돌면서 부상자들을 돌봤다. 그는 어느새 죽어가는 부상자를 한사람이라도 더 살려내야 하는 「의사」로 돌아가 있었다. 외국인 의사와 말이 안 통해 고생한 환자들이 그를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문득문득 아내와 아이들 생각으로 눈물이 울컥 쏟아지지만 그는 더이상 「유가족」일 수만은 없었다. 그러나 밤늦게 썰렁한 숙소로 돌아오면 그도 역시 평범한 가장으로 돌아간다. 『단 한 구만이라도 가족의 시신을 찾기 전까지는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이역만리 밀림에 버려진 아내와 아이를 두고 어떻게 떠나겠습니까』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