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날치기처리는 이에 참여하지 않은 국회의원의 표결권을 침해한 것으로 불법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는 다수당의 날치기처리 관행에 쐐기를 박는 것으로 한국 국회의 구태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高重錫·고중석 재판관)는 16일 야당의원 1백24명이 낸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 심판」청구사건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날치기처리에 대해 『국회의장이 의원 개개인에게 적법한 방법으로 개의일시를 통보하지 않아 국회법을 위반한 만큼 의원들이 헌법에 의해 부여받은 권한인 법률안 심의 표결권을 침해했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지난해 말 여당이 날치기처리한 5개법안 중 노동법 등과 달리 나중에 정상적인 재개정 절차를 밟지 않은 안기부법에 대해 무효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안기부법의 위헌여부에 대해 재판관 9명이 입장을 밝힌 결과 △위헌 △합헌 △중립(각하)이 3명씩 동수로 나와 위헌결정의 요건인 6명이상의 위헌의견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헌재가 국회 날치기처리를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결정함에 따라 국회는 안기부법을 재개정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됐다. 이는 모든 국가기관은 헌법재판소가 권한침해 상태를 확인했을 경우 이 상태를 제거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67조에 따른 것이다. 국회가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회로 하여금 강제로 법을 개정하도록 할 수는 없다. 〈하종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