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쟁사에서 내부의 권력암투 때문에 「외적(外敵)」을 끌어들이는 경우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최근 「뒷돈 거래설」 「흑색선전물 배포」 등이 난무하는 신한국당 경선을 둘러싸고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나타나는 듯하다. 신한국당의 여러 후보측에서 은밀히 경쟁후보의 비리를 제보하거나 상대방을 비난하는 논평 성명을 주문해온다는 것이 야측의 전언이다. 국민회의의 吳佶錄(오길록)종합민원실장의 발걸음도 요즘 무척 바쁜 것 같다. 여당의 각 후보측에서 오실장에게 상대후보에 대한 각종 비리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게 국민회의측 주장이다. 야측의 주장에 따르면 주로 李會昌(이회창) 李壽成(이수성) 李仁濟(이인제)후보 등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접수된 제보도 5,6건에 이른다는 것. 대부분 「설(說)」에 불과하지만 한 후보의 건축관련 비리 제보는 매우 구체적이라는 게 오실장의 전언이다. 자민련의 沈良燮(심양섭)부대변인은 15일 한 문화행사에 참석했다가 신한국당의 한 후보 측근으로부터 『금품살포 문제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심부대변인은 또 지난달 모 후보측 정부 고위인사로부터 『지금 정권퇴진투쟁을 하면 이회창대표를 도와주는 일이니 내가 지지하는 후보와 접촉해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국민회의의 朴洪燁(박홍엽)부대변인은 이달초 한 후보측으로부터 『모 후보가 대의원 후보추천 서명을 방해하고 있는데 왜 가만히 있느냐』는 「항의」까지 받았다는 것. 야당의 힘까지 빌려 내부의 경쟁자를 쓰러뜨리겠다는 신한국당 경선후보들의 행태는 또다른 측면에서 파경으로 치닫고 있는 경선의 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