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가 남긴 마지막 악령이자 러시아인들에게는 생각만해도 몸서리쳐지는 「프로피스카스」(거주지 등록증)제도가 마침내 사라질 것 전망이다. 러시아 헌법재판소는 최근 타지역출신 주민들의 전입을 불허하는 현행 프로피스카스제도가 위헌이라는 결정문을 채택했다. 서방인들에게는 다소 의아스러운 얘기지만 러시아인들은 80여년만에 비로소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받게 된 셈이다. 모스크바시를 비롯, 대부분의 지방정부들은 소련붕괴 이후에도 프로피스카스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프로피스카스란 다른 지방출신이 어떤 지역에 전입하려는 경우 까다로운 자격 심사를 거친 뒤에야 노란딱지의 거주지 등록증을 발급해주는 제도로 일종의 국내 여권 개념이다. 만약 거주지 등록증없이 살다 적발되면 4천2백달러의 벌금 또는 해당 지역에서 벌은 근로임금의 3백배에 달하는 돈을 물은 뒤 강제 추방된다. 니주니노브고로트주지사 출신의 보리스 넴초프 제1부총리도 공무원이라는 점 때문에 모스크바에서의 거주는 허용되지만 주택소유는 금지되고 있다. 모스크바시가 이런 저런 이유로 프로피스카스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프로피스카스제도가 살아 있는 한 러시아인들은 원천적으로 거주 이전의 자유가 금지된다. 다만 유학이나 소득세를 꼬박꼬박 낼 수 있는 직장을 구하면 일정기간의 거주가 허용된다. 외국인 관광객도 마찬가지다. 입국 뒤 48시간내 반드시 임시 거주지(주로 호텔)등록을 해야 한다. 구 소련시절 주민들의 동태를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주민 통제정책이 아직껏 존치해왔던 것이다. 물론 옐친대통령은 지난 93년 프로피스카스제도의 금지령을 내렸으나 대부분의 지방정부들은 이를 무시했다. 대도시나 비교적 재정자립도가 높은 주(州)의 경우 타지방 출신의 전입에 따른 인구증가와 취업난을 우려했고 그렇지 못한 지방정부들은 타지역으로의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 따라 지방정부들은 프로피스카스를 폐지해야 하는 막다른 상황을 맞게 됐다. 〈모스크바〓반병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