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의 산증인」 李文恒(이문항·69·미국명 제임스 리)씨가 12일 미국대통령이 연방공무원에게 주는 최고 영예의 상과 메달을 받았다. 지난 66년부터 유엔군사령부 정전위원회 특별고문으로 일하면서 28년간 판문점을 지켜온 그는 퇴임할 무렵인 지난 93년말 한국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바 있어 韓美(한미)양국으로부터 공훈을 인정받은 셈이다. 이번에 받은 미대통령상은 50년대 제정된 이후 90여명에게만 수여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다. 그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서울대 화공과 3학년 재학도중 6.25가 발발, 피난지 부산에서 미군 통역을 하면서 맺게 된 미군과의 인연이 남은 인생을 결정짓고 또 이같은 상을 받을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파안대소했다. 그는 정전위에서 일하는 동안 위장간첩 李穗根(이수근)으로부터 귀순의사를 전달받은 장본인이었으며 푸에블로호 송환협상과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의 이면에서 직간접으로 북한측과 접촉해왔다. 이같은 인연으로 북한측 정전위 수석대표인 이창복 중장은 그에게 연하장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밖에도 그는 정전위의 허가를 얻어야만 판문점을 통과할 수 있었던 남북의 밀사들을 지켜본 역사의 증인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굳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는 한국군 육군소장이 수석대표로 임명된 데 북한이 반발, 91년이후 지금까지 정전위가 속개되고 있지 않은 데 대해 근본적으로는 지난 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설치된 남북군사위원회를 통해 『판문점을 「한국화」할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된 게 가장 가슴아프다』고 회상했다. 〈워싱턴〓홍은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