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가버리기 전에 놓칠 수 없는 뛰어난 한국영화 한편이 나타났다. 김성수감독의 두번째 작품 「비트」는 민망스러울 정도로 저조했던 최근의 한국영화와 헉헉대며 데뷔작을 만들었던 감독에 대한 씁쓸한 기억을 동시에 치유해 주고 있다. 『나에겐 꿈이 없었다』 영화는 주인공 민(정우성)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내레이션 기법은 요즘 젊은 감독들이 즐겨쓰는 드라마 전개방식이다. 그러나 민의 독백에서는 치기가 아니라 청년기의 생득적인 고뇌와 절절한 방황이 느껴진다. 영화는 싸움꾼 민을 중심으로 사춘기의 어느날 울타리에서 튕겨나와 20대 초반에는 인생을 아예 결딴내 버리는 청춘 열병환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액션 장면마다 등장하는 스텝 프린팅이나 카메라의 CF적인 기교도 왕가위의 영화적 스타일에 분명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스타일도 역겹기보다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겉멋이 아니라 영화의 소재와 주제에 필요한 장치들이며 무엇보다도 인물화 사건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에 아스라한 추억과 그득한 사랑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비트」는 충무로식 청소년 영화와 액션영화를 혼합하고 그것을 요즘 관객의 구미에 맞는 조미료로 버무리자는 상식적인 기획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영화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청년 관객의 반항적인 기질과 정서를 효과적으로 자극한다. 보통영화의 3배인 1천5백의 컷을, 그것도 밤장면으로 찍느라 전쟁을 치른 김형구의 카메라는 도시와 청춘의 색을 잘 알고 있다. 형광등의 블루와 텅스텐의 옐로 기본색은 주인공들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의 불안과 가느다란 희망의 상징이 되면서 영화의 시각적 스타일을 결정해 준다. 또한 「비트」는 정우성의 스타 이미지와 함께 기억될 영화다. 그는 이제 연기를 한다. 그것도 무표정으로 고독한 늑대의 매력을 스크린에서 분출시킨다. 그러나 「비트」는 중간점을 넘고 종착역으로 달려나가면서 그저 잘 만들어진 액션 영화 정도로 자족해 버린다. 액션 장면이 불필요할 정도로 남발되고 민의 애인으로 등장하는 로미의 갈등에서는 고리타분한 대중영화의 18번이 느껴진다. 세대의 지표가 될 걸작의 탄생은 안타깝께 연기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