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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방지 협약 모순]『빚 많아야 부도 모면』

입력 | 1997-05-16 20:24:00


부도방지협약은 기업을 살리자는 것인가, 아니면 죽이자는 것인가.

15일 삼립식품이 최종 부도처리된 이후 부도방지협약의 부실징후 기업 선정과 관련,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본격 제기되고 있다.

부도방지협약에 따르면 구제대상 기업은 은행권 여신기준 2천5백억원 이상이므로 일단 빚이 많아야 부도를 모면할 자격이 생긴다.

기업의 재무구조나 경영전망을 토대로 회생 가능성을 따지지 않고 대출규모만으로 「죽이고 살릴」 기업을 가려내는 것은 본말(本末)이 전도됐다는 지적이다. 삼립식품이 「부도방지협약의 첫번째 희생양」이라는 비아냥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에 나오고 있다.

은행권 여신 1천8백10억원에 부채비율 625%인 삼립식품의 경우 적자규모가 95년 1백12억원에서 지난해 35억원으로 주는 등 경영호전상황에서 지급보증을 서준 계열사 어음을 막지못해 부도처리됐다. 또 작년 매출이 5백75억원이었던 상장 중견모방업체인 유성(부채비율 304%)은 지난 7일 2억2천7백만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처리됐다.

이에 반해 진로그룹은 2월말 현재 금융권 여신규모가 1조2천22억원으로 부채규모가 큰 덕분에 첫번째 구제대상기업으로 선정됐다. 진로그룹은 작년말 현재 자기자본비율이 2.69%, 부채비율은 무려 3,619%에 달해 재무구조로는 구제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금융계의 일반적인 의견.

재계, 특히 중소기업계에선 『부도방지 대상선정 기준을 낮춰달라』 『부도유예대상 선정시 재무구조의 건전성 등 회생가능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못들은 척하고 있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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