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이틀째 조사중인 대검 수뇌부와 중수부 수사팀은 16일 수사착수 이후 그 어느때보다 자신있어 하는 표정. 金起秀(김기수)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수사 진행상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웃는 얼굴로 『조사가 잘 되고 있다고 보고 받았다』며 『현철씨가 대체로 시인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해 밤샘조사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음을 시사. ○…현철씨는 이날 새벽 4시까지 밤샘조사를 받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다시 계속되는 「마라톤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 수사관계자가 전언. 직접 신문을 맡은 李勳圭(이훈규)중수3과장은 『새벽까지 조사를 계속했다』며 『검사들이 번갈아 가며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신문을 해 현철씨가 몹시 피곤한 기색을 보여 새벽에는 쉴 시간을 줬다』고 설명. ○…검찰 소환조사 첫날인 15일 설렁탕으로 저녁식사를 한 현철씨는 이날 오전 8시경 아침식사로 인근 식당에서 배달해온 김치찌개를 먹었다고 한 수사관계자가 전언. 이 관계자는 『밤샘조사에 지친 탓인지 현철씨는 입맛이 없어 보였다』며 『혼자서 식사하는 것이 어색한 듯 가끔 허공을 바라보곤 했다』고 부연. ○…金己燮(김기섭)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현철씨가 검찰에 소환되기 전까지 매일 어딘가로 출근, 수사에 대비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소환된 이날만은 종일 집안에 머무르다 검찰로 직행. 김씨는 이날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계속 거부했으며 부인은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남편은 현철씨가 맡긴 돈을 관리해주었을뿐 이권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며 『모든 진실은 검찰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담담하게 심경을 피력. ○…현철씨가 소환된 15일 鄭泰守(정태수)총회장 부자와 李龍男(이용남)전한보철강사장 등 한보 관계자들이 중수부 조사실로 소환되자 정총회장의 대선자금 제공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게 아니냐는 추측이 대두. 검찰주변에서는 현철씨와 정총회장 부자의 대질신문을 통해 한보특혜대출비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 검찰 관계자는 『정총회장의 소환은 현철씨 조사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한보비리 관련 정치인에 대한 보강조사를 위해 부른 것』이라고 해명. ○…한편 이날 오전 10시경 현철씨의 운전기사가 대검청사 현관 옆 주차장에서 1시간 동안 배회하다 돌아갔는데 그는 『그동안 모시던 사람이 갑자기 없어지자 마음이 허전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도리상 찾아와 봐야 할 것 같아 왔다』고 찾아온 이유를 설명. 운전기사는 또 『내가 아는 현철씨는 평소 자가용 뒷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가도 백미러로 나와 눈이 마주치면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앉고 좌석이 지저분하면 손수 치우는 등 아주 예의바른 사람』이라고 칭찬. ○…이날 오후4시55분경 金己燮(김기섭)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검은색 쏘나타Ⅱ 승용차를 타고 대검찰청사에 도착해 포토라인에 서서 잠시 포즈를 취한뒤 11층 조사실로 직행. 김전차장은 『아직도 범죄혐의를 부인하느냐』 『70억원 이외에 추가로 현철씨 비자금을 관리한 액수는 얼마인가』라는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침묵으로 일관. ○…이성호 전사장이 『현철씨에게 받은 수표를 세탁한 뒤 현금으로되돌려 줄 때 2억원이 들어가는 사과상자보다 큰 상자 2개에 각각 현금 2억5천만원씩 담아 다섯차례에 걸쳐 현금 25억원을 되돌려줬다』고 밝혀 눈길. 심중수부장은 이어 『현철씨는 「이 돈을 지난 4.11총선 전 성균관대 金元用(김원용)교수에게 줘 정밀여론조사 비용으로 모두 사용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 ○…심중수부장은 이날 오후 3시반 기자간담회에서 『오전부터 검찰주위에서 현철씨가 조사도중 투신했다는 소문이 나도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 『투신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기자들이 한때 긴장. 그러나 심중수부장은 잠시 후 『투신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계에 투신하려고 했다』고 말해 기자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김재호·조원표·이호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