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가 16일 북적측에 남북적십자 대표접촉을 다시 갖자고 제의한 것은 지난 3일과 5일 북경(北京)에서 남북적 1차 접촉으로 열린 남북적간의 대화채널을 어떻게 하든지 살려 나가겠다는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로 볼 수 있다. 정부와 한적은 이번 제안이 성사되도록 하기 위해 「식량외교」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한 다양한 유화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 북경접촉에서는 북측이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대북 식량지원 규모와 시기 등을 먼저 밝힐 것을 요구함에 따라 구체적인 지원절차를 논의하려던 우리측과 의견충돌 끝에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구호물자의 경우 민간단체의 기탁을 받아 전달하는 현 한적의 전달체제를 설명하면서도 「대략적인 지원계획」을 마련, 북측을 설득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한적이 이날 북측에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이번 접촉에서는 지원규모에 대해서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명시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회담장소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측은 최대한 북측의 입장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비록 전통문에서는 『판문점이나 서울 또는 평양』으로 「한반도내」를 제시했지만 1차전례로 미뤄 북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문제삼지 않겠다는게 정부당국의 방침이다. 이같은 전반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2차 접촉의 전망이 낙관적일 것으로 정부당국은 보고 있다. 그러나 북경접촉 이후 민간단체의 지원창구를 한적으로 단일화한 것에 대한 북측의 잇따른 비난공세 등으로 볼 때 회담전망을 희망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우리측이 제시한 지원계획 등이 미흡하다는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시하든지 분배의 투명성이나 전달경로 확대 등 우리측이 제시한 지원절차에 난색을 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측이 「남한당국 배제전략」에 따라 대규모 식량지원을 받을 수 있는 4자회담을 지연시키는 대신 미국과 직접 유해송환 협상을 벌이는 등 「각개격파」로 나가고 있는 것도 남북적 채널의 발전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정연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