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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를 읽고]주명환/초등교소풍 교사 식사 챙기기

입력 | 1997-05-09 08:04:00


▼ 스승에 대한 작은 정성으로 보아야 ▼ 현직 초등학교 교사다. 2일자 「독자의 편지」란에서 「초등교 소풍 학부모 교사 식사 챙기기 꼴불견」 기사를 읽었다. 한마디로 착잡했다. 기사를 본 선생님들 특히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매우 가슴 아팠으리라 생각한다. 초등학교의 소풍은 교사들에게 정말 부담스러운 행사다. 소풍지까지 가는 동안 미아발생 행렬이탈 교통사고 안전사고 등의 위험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일은 담임 교사 혼자의 힘으로는 매우 힘들다. 그래서 저학년은 학부모의 동행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해서 따라온 학부모들 중 일부가 교사의 점심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도 꼴불견인가. 이 각박한 세태에 스승에 대한 존경과 작은 정성이 남아있는 장면으로 흐뭇하게 볼 수는 없는가. 얼마나 대단한 성찬이었는지 몇시간을 끌었는지는 몰라도 아마 상식의 정도를 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교육은 인간을 기르는 일이다. 이른바 촌지라는 금품 수수만 아니라면 교사 학생 학부모간에 사랑과 존경 그리고 따뜻한 정이 오고 갈수록 좋지 않은가. 소풍지의 점심 대접도 그런 시선으로 보아주면 좋겠다. 지식을 전하는 선생은 있어도 인격을 가르치는 스승은 없다고 개탄하면서도 교사는 노동조합도 결성하지 못하게 하고 사무적이고 기계적인 교육만을 요구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주명환(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 식사대접보다 허물없는 대화 아쉬워 ▼ 세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이며 큰 아이는 두세번 반장을 한적이 있다. 처음 반장을 맡은 해 여기저기 자문을 구해가며 담임 선생님의 소풍 도시락을 준비했었다. 그 도시락도 어떤 규칙이 있는 모양이어서 김밥은 안되며 오곡밥을 지어야 하고 고기는 식어도 먹을 수 있는 산적을 준비하고 전을 지지고 「LA갈비」는 은박지에 싸야 하고 북어찜 샐러드 냉채 더덕 떡 과일 음료수 등을 준비하라고 했다. 며칠전부터 시장을 보고 소풍 당일은 새벽 3시부터 움직여야 했다. 그 다음해에는 각반의 임원 자모들이 각자 한가지씩 맡기로 했는데 나에게는 국을 준비하라고 했다. 국을 어떻게 가지고 가야 할지 며칠을 고민했다. 궁리 끝에 큰 보온병 두개를 구입했다. 나야 직장에 나간다는 핑계로 국만 챙겨보내고 말았지만 일부 임원의 부모는 소풍지까지 따라가 선생님 자리 보아드리고 식사 챙겨드리고 끝내고 돌아와서는 뒤풀이까지 해드렸다고 한다. 스승을 소홀히 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학부모나 선생님들이나 한번쯤은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학부모의 대접을 받는 것보다 반 학생들과 함께 둘러앉아 도시락을 나누어 먹으며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을까. 선생님과 학부모간의 자연스러운 만남과 아이들을 위한 부담없는 대화가 아쉽다. 한미애(서울 양천구 목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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