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박석태 前제일銀상무 자살]「사회 집단비리체제」가 주범

입력 | 1997-04-28 19:06:00


2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朴錫台(박석태·59)전 제일은행 상무는 한보그룹이 부도난 이후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 하루해를 넘겨야 했다. 제일은행도 그의 자살소식을 듣고 충격에 휩싸여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가 이번 사건으로 검찰에 불려다니면서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면서 『아주 침착한 사람이었는데 최근엔 매우 불안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폼을 잡아보기는커녕 궂은 일만 도맡아 해온 은행임원」이었다. 지난 3월 한보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31년간의 은행생활을 마감, 은행문을 떠날 때 동료 후배 은행원들 사이에선 『일만 아는 은행원인데 결국 빛을 보지 못한채 떠났다』는 동정론이 강했다. 최근 제일은행 계열사의 대표로 내정됐으나 노동조합 등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박전상무는 한보그룹이 자금난에 빠져 부도를 낼 때까지 청와대 등을 오가면서 실무처리를 도맡아했다. 그는 은행권내에서 부실기업 정리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93년 심사1부장을 맡으면서 부실기업정리에 탁월한 솜씨를 발휘, 94년 李喆洙(이철수)전행장에 의해 임원으로 발탁됐다. 전남 무안출신으로 학다리고교와 서울대 상학과를 졸업, 지난 66년 제일은행에 입행한 그는 아무런 「연줄」도 없이 은행임원이 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임원이 된 것은 순전히 타고난 성실성의 힘이었다고 제일은행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보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그는 휴일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원실에 앉아 직원들을 불러 브리핑을 받는 대신 직접 실무부서를 찾아가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며 식사도 함께 시켜먹는 등 격의없는 상사였다. 임원으로 발탁된 이후에도 유원 우성 등 부실기업정리를 도맡아했으며 「실무자들보다 열심히 일하는 임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입도 무거운 편이어서 한보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일개 상무가 무엇을 알겠느냐』는 말을 자주 했다. 박전상무는 최근 한보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 『은행장에게 여신집행권한이 편중돼 있는 관행이 문제』라면서 『여신심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 은행장의 독단으로 대출이 집행되거나 외압에 의해 부당한 대출이 나가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말하는 등 기존 대출관행을 꼬집기도 했다. 가족은 부인과 1남4녀로 둘째딸은 사법시험에 합격, 현재 사법연수원 연수중(판사시보)이며 결혼준비를 하고 있었다. 과거의 동료 부하들은 『무슨 비리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왜 자살했는지 모르겠다』고들 말했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