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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52)

입력 | 1997-04-12 08:43:00


제8화 신바드의 모험 〈5〉 이렇게 몇 년을 지내다보니 필경 나는 자신의 경박한 삶을 돌이켜보게 되었고, 그때는 이미 때가 늦어 있었습니다. 가지고 있던 것은 모조리 남의 손에 넘어가 있었고 들어올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긴 악몽에서 깨어난 나는 그제서야 어쩔 줄을 몰라 허둥댈 뿐이었습니다. 그때 내 뇌리에 얼핏 스치고 간 것은 전에 언젠가 아버지께서 들려주신 다윗의 아들 솔로몬(알라시여! 그분의 영혼이 편히 잠들게 하소서!)의 금언이었습니다. 「다른 세 가지 보다 나은 세가지가 있으니, 죽는 날은 생일날보다 낫고, 살아 있는 개는 죽는 사자보다 낫고, 무덤은 가난보다 나으리라」라고 하는 금언말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남은 살림을 모조리 그러모았습니다. 가재도구나 옷가지까지도 말입니다. 그것들을 팔아 나는 근근이 삼천 디르함의 돈을 만들었고, 그 돈으로 나는 항해에 필요한 갖가지 상품들을 사들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나의 평범하지 않은 삶은 시작되었습니다. 고생 끝에야 높은 곳에 이른다. 진주가 탐나면 심해의 밑바닥까지 들어가야 하고, 부귀영화를 얻으려면 밤잠도 자지 않고 애써야 한다. 필사의 노력 끝에 얻은 행복이라야 참다운 행복, 노력없이 영예를 바라는 자 우리에 갇힌 가축과 다르지 않으리. 나는 한시 바삐 바다로 나가고 싶어 일군의 상인들과 바소라로 가는 배를 탔습니다. 바소라에서 배를 갈아탔을 때서야 나는 비로소 내가 꿈꾸어왔던 미래가 내 앞에 펼쳐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거기서부터는 망망대해가 펼쳐졌고, 밤낮을 가리지 않는 항해가 계속되었던 것입니다. 섬에서 섬으로, 바다에서 바다로, 해안에서 해안으로, 배가 닿는 데마다 매매와 교역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배는 앞으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갔습니다. 그러는 동안 배는 섬 하나 보이지 않고 끝없이 수평선만 펼쳐져 있는 어느 낯선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배는 몇 달을 두고 항해를 계속했지만 섬 하나 눈에 띄지 않았고 배에 탄 사람들은 지쳐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천국의 화원인가 싶은 작은 섬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항해에 지친 사람들을 쉬게 하기 위하여 선장은 닻을 내리게하고 배를 해안에 댄 다음 상륙을 위한 널빤지를 걸쳐놓았습니다. 사람들은 다투어 뭍으로 내려가 화덕을 만든다, 불을 피운다, 야단법석이었습니다.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탁을 하는 사람도 있고, 바람을 쐬기 위하여 섬을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선원들은 먹고 마시고 하면서 장난을 치며 놀았습니다. 나는 산책을 하는 무리들에 끼어 섬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뱃전에 서 있던 선장이 다급하게 소리쳤습니다. 『승객 여러분! 만사를 제쳐두고 빨리 배로 돌아오십시오. 물건따위는 버려두고 빨리들 돌아오십시오. 제발 알라의 가호가 있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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