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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라흐마니노프」완주녹음 대장정…러 교향악단 협연

입력 | 1997-04-09 08:56:00


『러시아인들의 슬픔 방황 등 정신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이곳까지 왔습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중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모스크바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완주녹음 대장정을 시작했다. 러시아 피아노음악 거장 라흐마니노프의 124회 탄생기념일인 4월 1일, 모스크바의 모스필름 스튜디오에서는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 지휘, 차이코프스키 볼쇼이 교향악단 협연으로 협주곡 1번 1악장의 녹음이 시작됐다. 이번 레코딩은 4일 마무리된 1,2번 협주곡 녹음을 포함, 오는 8월 협주곡 3,4번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의 녹음으로 완성돼 내년 2월경 두장의 CD로 된 전집이 출반될 예정이다. 제작자는 전통의 「RCA레드실」로 알려진 BMG사로 백씨의 이번 라흐마니노프 전집 역시 이 회사가 최고수준의 연주와 녹음을 보증하는 마크인 「RCA레드실」로 출시된다. 지휘자 페도세예프와 백씨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 두 사람은 녹음 첫날인 지난 1일에야 인사를 나누게 됐다. 처음 두 예술가가 가진 개성의 만남은 순탄치 않은 항로를 예고하는 듯했다. 각 악장의 녹음에 즈음한 리허설마다 백씨는 템포를 늘려 명상적인 순간들을 더 길게 가져가려 한 반면 페도세예프는 열혈적인 슬라브의 민족성을 과시하듯 몰아치는 빠르고 강한 템포를 보였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잠깐의 토론이 이어졌다. 그러나 곧장 녹음에 들어가는 순간 마치 마법에 걸린 듯이 두 사람의 개성은 맞아떨어졌다. 관현악이 주도하는 뜨거움과 솔리스트의 명상중 한쪽도 양보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은 모든 악장마다 이어졌다. 백씨는 녹음 뒤 『서로의 개성이 달랐지만 자기세계를 지키면서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 요술과도 같았다』고 느낌을 말하며 『관현악의 강한 포르테는 가슴을 때리는 듯한 박력으로 미처 생각 못했던 감동을 주었다』고 만족을 표시했다. 페도세예프는 금년시즌부터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로 취임, 빈과 모스크바의 두 주요직책을 겸임하게 된다. 「차이코프스키 볼쇼이 교향악단」은 수많은 연주녹음과 세계 순회공연으로 구소련시대부터 유명한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이 최근 이름을 바꾼 악단. 이번 녹음은 원숙기에 이르는 백씨가 세계 5대 「메이저」급 음반사를 통해 내놓은 첫 녹음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90년대 들어 프랑스 단테사에서 출반된 라벨 및 스크리아빈 독주곡 전집, 영국 버진사에서 출반된 드뷔시 연주곡집, 낙소스사에서 출반된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전집이 모두 해외 매스컴에서 열렬한 찬사를 받는 등 백씨의 명성은 최근 날로 빛을 더해가고 있다. 〈모스크바〓유윤종 기자〉 ▼녹음 총지휘 페도세예프 ―협주곡 1,2번 녹음을 마친 소감은…. 『지금까지 러시아연주가만이 라흐마니노프 음악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생각을 바꾸게 됐다』 ―백건우씨의 연주가 가진 개성을 말한다면…. 『깊은 영혼을 가진 매우 낭만적인 연주가다. 라흐마니노프의 선율이 가진 깊이를 어려움 없이 이끌어내는데 놀랐다』 ―두 사람의 개성을 조화시키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이루어졌으므로 녹음하는 순간 만큼은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2번협주곡의 피날레에서는 긴 토론이 필요했지만 결국 일치된 생각에 이를 수 있었다』 ―모스크바방송 교향악단 후신인 차이코프스키 볼쇼이 교향악단의 개성을 소개하면…. 『해외 순회공연에 그 어느 악단보다도 적극적이며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전집 등은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