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들이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은 단순한 정치자금인가 아니면 뇌물인가. 金起秀(김기수)검찰총장은 지난 4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국정조사에서 『정태수 리스트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으나 『정총회장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답변했었다. 정총회장이 주었다는 돈이 정치자금이나 선거자금으로 준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처벌하기도 어렵고 명단을 공개할 경우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 김총장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리스트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거나 알려진 정치인 대부분이 각 정당의 실세(實勢)인데다 한보특혜비리와 관련있는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 및 한보관련 지역구 의원으로 밝혀져 순수한 정치자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리스트에 포함된 20여명의 국회의원중 한보특혜대출과 한보철강의 각종 인허가와 관련,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와 통상산업위원회 소속 의원은 모두 10명이나 된다. 나머지 의원중 2명은 당의 2인자(金龍煥·김용환 자민련 사무총장)와 한보철강 당진제철소가 있는 지역 출신 의원(金顯煜·김현욱 자민련의원)이다. 상임위에 소속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당내 실세인 경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신한국당 洪仁吉(홍인길) 국민회의 權魯甲(권노갑)의원과 자민련 김사무총장은 3김의 최측근이어서 간접로비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돈의 규모와 돈을 받은 사람의 비중으로 볼 때 뇌물로 간주할 수 있는 만큼 포괄적 의미의 뇌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총회장은 7일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국회청문회에서 『정치인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모두 불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결코 단순한 돈이 아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이에 대해 李石淵(이석연)변호사는 『돈의 규모가 사회통념상 선물이나 사교적 의례로 인정되는 액수를 넘고 돈을 받은 사람이 관련업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판단되면 뇌물로 보는 것이 통설』이라며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정치인 가운데 상당수에게는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종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