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든 스님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고 어색하다. 그러나 관조스님(부산 범어사)에겐 카메라가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오랫동안 카메라를 메고 다니다 보니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습니다.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하찮은 나뭇잎 하나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20년동안 한국의 자연과 사찰을 폭넓게 사진에 담아온 이 스님사진작가가 작품전을 연다.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종로갤러리(02―737―0326)에서 열리는 「생, 멸 그리고 윤회」전.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같은 이름의 사진집도 열화당에서 출간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사찰주변의 풍경 등을 소재로 자연에 깃들여 있는 불법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슬을 머금은 잎새, 막 피어나기 시작한 꽃망울, 이끼 낀 기와, 눈덮인 산, 연못을 채색한 수초…. 관조스님은 자신의 작품속에 나타난 모든 것을 생명체라고 정의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 생명체의 귀중함을 얘기하고 싶었다』며 『모든 생명체는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사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강우방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관조스님의 작품을 이렇게 말한다. 『꽃잎 하나 풀 한포기도 생명이 있어, 자연의 순리대로 생 멸의 순을 밟아 이어지는 윤회의 우주적 진리를 스님은 사진을 통해 드러내려 한다…. 스님의 사진에서는 모든 사물들이 빛을 낸다. 그 사물들은 빛에 의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사물들 자체에서 빛을 발한다…. 영상은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다』 스님은 『불교를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한 끝에 사진작업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불교교리를 담은 8만대장경이 판화인 것처럼 사진자체도 하나의 경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진작업자체를 바로 구도요 포교라고 생각한다. 스님은 전국 여러 사찰주변과 산하를 카메라에 담으러 다니면서 오해도 많이 받았다. 그는 『사진작업을 하다 여러차례 간첩으로 몰려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77년부터 사진작업을 해온 그는 부산미전금상(78년) 동아미전미술상(79년) 현대사진문화상(88년) 등을 받았으며 아시아경기(86년) 서울올림픽(88년) 당시 경축사진전을 갖기도 했다. 〈송영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