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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세기말을 오르다가」/홍신선씨

입력 | 1997-04-03 08:27:00


지난주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홍신선씨(53·시부문)의 수상작품집 「세기말을 오르다가」가 출간됐다. 홍씨의 부인 노향림씨의 시비가 지난해 가을 전남 압해도에 세워진데 이어 시인부부의 겹경사다. 홍씨의 수상작에는 쉰살을 넘긴 시인의 자의식 깊숙한 곳에 들어와 있는 나이듦에 대한 자각과 세기말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에 사는 그는 『나이 들면서 시골로 가고 싶은 생각에 빠지곤 한다』며 『경기 화성 석우리에 있는 고향에 가끔 들어가 김매고 농약 치는 흙일을 해오고 있다』고 말한다. 「내 시골에 돌아가 살리/새로 핀 앵두꽃들로 세상을 환히 갈아 입히는/또는 廢井(폐정) 속 아직도 깊은 밑바닥에서 울렁이는 관능들을/서리서리 또아리 튼 새벽 물빛들을 길으며/시골에 살리」(시골에 살리). 「세기말을 오르다가」 「해, 늦저녁 해」에서는 시심에 비친 문명의 폐허가 다양한 리듬 속에 담겨 있다. 그러나 나이든 시인은 중년에 들어 귀 먹어버린 벗과 마주 앉아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황무지를 건너가는 인간의 힘을 느낀다. 〈권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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