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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망명/訪日중 행적]세미나강연 시종 『횡설수설』

입력 | 1997-02-13 07:39:00


[이철희 기자] 黃長燁(황장엽)은 지난달 30일부터 11일까지 일본을 방문하는 동안 심상찮은 언행(言行)으로 묘한 관심을 끌었다. 특히 그의 방일행적에서는 망명결심의 「징후」로 보이는 단서들을 찾아볼 수 있다고 통일원 당국자들은 분석했다. 지금까지 일본을 방문한 북한인사중 최고위급인 그의 공식적인 방일목적은 4일과 7일의 국제세미나 참석. 「21세기 동북아시아 전망」 「21세기와 인간의 지위」라는 주제였다. 그러나 그는 북한 최고의 주체사상이론가라는 평판에 어울리지 않게 논리적 빈약함을 드러내며 횡설수설로 일관했다. 4일 세미나에서 그는 『나는 21세기 문제에 대해서는 문외한(門外漢)』이라고 전제, 주제와 동떨어진 「철학교양강좌」로 대신했다. 나름대로 일관성있는 이론을 전개한 것도 아니었다. 인간의 욕망문제에 관한 낡은 학설을 한참 얘기하다 느닷없이 사회구조론에 관해 강의하고 다시 자신의 개인적 경험 얘기로 돌아오는 등 갈팡질팡했다. 그는 특히 한동안 마르크스이론을 들어 길게 말하다가 「냉전종식」으로 화제가 옮겨가자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냉전에서 소련이 졌다. 그러나 이긴 자는 교만해서는 안된다. 사회주의가 인기를 잃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연후 청중들로부터 『사기 당했다』『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그는 일본체류기간중 한국특파원들의 취재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모든 질문에 『구체적으로 모른다』면서 원론적 수준의 언급에 그쳤다. 주체사상의 변화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도 『주체사상은 주석과 타고난 후계자의 사상이고 나는 작은 제자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대책은 앞으로 연구해보겠다』고 애매모호하게 답변했다. 실상 그의 진정한 방일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그는 일본의 여야정치인들을 만나 北―日(북―일)수교교섭 재개와 대북(對北)쌀지원 문제 등을 협의할 예정이었다. 이는 지난 91년 북―일교섭의 실무자인 당중앙위 국제부 일본과장 宋日昊(송일호)가 그를 수행한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이런 목적을 전혀 이루지 못했다. 11일 「빈보따리」로 일본을 떠나며 그는 기자들의 거듭되는 질문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절 답변을 거부, 침묵으로 일관했다. 다만 그는 『평화』라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기고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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