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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작품 재수록」관행 작가-출판사 쐐기움직임

입력 | 1997-02-03 20:07:00


[정은영 기자] 최근 문단에서 「동일작품의 중복재수록」 관행에 반발하는 작가들과 출판사들의 움직임이 불거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이순원씨는 「작가는 떳떳하게 격려받고 싶다」 제하의 수상소감에서 『이땅의 문학상이 매년 그해의 우수한 작품을 올바른 방법으로 공정하게 선정하고 있는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작가들의 강한 의구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민음사 등 10개 출판사 실무자들은 「문학계간지 수록작품의 경우 일정기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타작품집의 재수록을 삼간다」는 내용의 규약화를 모색중이다. 「재수록」은 이미 발표한 작품을 다른 책속에 게재하는 것. 「문학상 수상작품집」 「△△△가 뽑은 올해의 우수작」 등이 재수록으로 발간되는 단행본들의 대표적인 예로 유명작가들이나 화제를 모은 작품의 경우 중복수록 요청이 끈질기게 쏟아지게 마련이다. 지난해 발표된 중견작가 이윤기씨의 중편소설 「나비넥타이」는 무려 일곱차례나 재수록되는 기록을 세웠다. 『재수록이 문학상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작가들의 반발은 이미 문학출판가에서는 오랫동안 공공연한 비밀이 돼 왔던 사실을 공개화한 것. 작가들은 『이미 발표된 작품들중에서 수상작을 선정하는 「문학상」의 경우 최초로 작품을 게재한 출판사와 재수록에 합의를 보지 못하면 심사위원들이 후보작으로 추천했어도 아예 명단에서 빼거나 동일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대체하는 예가 비일비재하다』면서 『출판사가 작품집을 만들어내면서 필요에 따라 후보작을 멋대로 가위질한다면 심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이상문학상」을 주관한 문학사상사가 최초 게재사인 민음사와 재수록합의를 보지 못해 우수후보작으로 추천된 이윤기씨의 「뱃놀이」와 전경린씨의 「고통」(「세계의 문학」96년 겨울호)을 당초의 우수후보작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간지와 월간지를 발행하는 출판사들의 경우 보다 실리적인 이해에 따라 「재수록」에 제동을 걸려는 입장. 실무자들은 『해당작품이 게재된 계간지나 월간지의 판매기간이 끝날 때까지라도 재수록을 삼가는 상도의가 갖춰져야 한다』며 앞으로 원고청탁서나 작가와의 계약서에 이 조항을 명문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문학과 지성사의 채호기주간은 『자신의 작품을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겠다는 의욕에서 독자들로부터 재탕 삼탕이라는 비난을 들을 소지가 있는 재수록을 허락해주는 일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