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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제가 큰 걱정

입력 | 1997-01-31 20:09:00


재작년이후 내리막의 우리 경제가 한보사태로 인해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성장 물가 국제수지 등 경제지표가 모두 시원치 않은 가운데 노동법개정에 따른 총파업의 여진이 심상치 않고 이제 한보사태 충격까지 겹쳐 자칫 경제전반이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1월중 무역수지적자가 이미 38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수지적자 축소를 가장 큰 경제현안으로 꼽고 있음에도 이같은 무역적자의 확대는 한마디로 충격이다. 연쇄부도와 고용불안은 날로 확대되고 있고 물가 땅값 금융 외환 등도 안심할 수 없다. 우리경제가 매우 어렵다는 것은 공장가동률 실업률 부도율 그리고 투자와 소비추세까지 인용할 필요도 없다. 썰렁한 세밑경기와 꽁꽁 얼어붙은 지방경제, 1년사이 10만명이나 늘어난 실업자, 중소기업채용박람회에 몰린 수십만의 취업희망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월급지급연기가 한국경제의 실상을 그대로 말해 준다. 지금 상황으로는 우리경제가 과연 언제쯤이나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노동법 파업과 한보철강부도와 같은 돌발적인 사태가 없었다 해도 경기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더 어렵다. 이같은 장기불황이 만약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경우 저성장 저소비 재고과잉의 장기침체가 아니라 더 큰 경제위기가 올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경제위기의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경제의 위기요인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대책다운 대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껏 내놓은 경제정책이란 것도 자세히 보면 일관성도 없고 종합성도 없다. 부처간의 이견과 마찰, 당정간의 불협화음만 커지고 있다. 국민이 불안해 하고 기업이 의욕을 잃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보사태 발생 8일만에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경제장관회의에서도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처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당진제철소를 당초 계획대로 연내 완공할 수 있도록 1조원의 자금을 추가지원하기로 한 것이 고작이다. 당진제철소 완공을 위한 추가건설지원자금은 낭비적 요소를 철저히 제거하면서 집행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야말로 우리 사회의 기초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위기의 실상과 요인부터 정확히 파악한 다음 거기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해 가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 근로자가 다시 하나가 되어 경제살리기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큰 고비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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