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시가 초중고교 교육 현장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을 허용하기로 했다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뉴욕시 교육청(DOE)이 교실 내 AI 도입을 위한 행정 가이드라인을 지난달 발표했는데, 이후 전문가와 학부모 상당수가 전면적인 교실 내 AI 활용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약 3년 반 전 챗GPT의 등장에 도입 금지로 맞섰던 뉴욕시는 올해 들어 태도를 180도 바꿨다. 지난달 24일 교사의 수업 준비와 행정 업무에 AI를 적극 활용하라는 이른바 ‘신호등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AI로 업무 효율을 높인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뉴욕시는 현장 반응을 수렴해 학생을 위한 AI 활용서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자 이달 16일 뉴욕 시청 앞 광장에는 시민 22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든 학부모와 활동가들이 집결했다. 이들은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을 향해 “교실 내 AI 도입 속도를 늦추라”고 압박하며 최소 2년간 지침 시행 유예를 요구했다. 학부모들을 시위로 이끈 것은 뉴욕시의 낙관과는 정반대의 공포감이다. 교사가 AI로 수업의 설계도를 짜는 순간, 그 교실의 아이들은 알고리즘의 수동적 관객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다.
미 경제지 포천에 따르면 아동 발달 전문가와 의사 등 250여 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도 북미 전역 학교에 생성형 AI 도입을 5년 유예하라고 권고했다. 인지과학자들이 특히 경고하는 것은 AI 의존이 아이들의 뇌 발달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이다.
AI 챗봇은 무조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도록 설계돼 있어, 또래 관계 속에서 갈등을 겪으며 사회성을 길러야 할 아이들의 판단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또 AI를 통해 사고의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 얻는 행위가 반복될수록 장기적으로 독립적 사고 능력이 잠식되리란 경고도 나온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뇌 회로를 구축해야 할 시기에 AI를 통한 ‘생각의 외주화’가 굳어진다는 지적이다.
아니, AI가 바꿔 놓을 미래에 기술 이해력을 높이는 교육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기술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오히려 독서와 글쓰기 등을 통한 판단력 교육이 더 중요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AI 시대의 진짜 실력은 코드를 생성하는 속도가 아니라 그 결과물의 가치를 판단하는 안목에서 갈리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를 보자. AI가 인간의 코딩 속도를 아득히 추월하면서 단순 구현을 담당하던 초급 개발자는 설 자리를 잃고 해고의 파고에 직면했다. 반면 기업들은 대규모 해고 속에서도 오히려 비즈니스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복잡한 맥락을 조율하는 기획자의 가치엔 매달리고 있다.
과거에는 명령어를 한 자 한 자 입력하는 노동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AI가 내놓은 무수한 결과물 중 무엇이 시장에 유의미한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가려내는 능력이 핵심이 됐다. 그런 능력은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고, 사람을 만나 설득하거나 당하고, 해야 할 말을 고르고, 글을 쓰고 지우고 다듬으면서 길러진다. 이런 시대엔 지우개와 함께 ‘연필로 쓸 권리’야말로 고차원적인 미래 교육일지 모른다.
임현석 lhs@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