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혹하고 야심 많은, 마키아벨리적(권모술수에 능한) 정치 공작가.”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 의해 축출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대신 권한대행에 오른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56·사진)을 이렇게 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대법원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권력을 승계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사실상 인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혁명가 집안’에서 태어나 변호사가 된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10년 넘게 마두로 정권에서 요직을 차지하며 2인자인 부통령 자리에 올랐다. 그의 부친은 좌익 게릴라 지도자였던 호르헤 안토니오 로드리게스로 1976년 미국인 사업가 납치 사건으로 체포돼 구금 중 사망했다. 이후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혁명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1990년대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우고 차베스 정권 시절인 2003년 부통령실 정책조정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3년 마두로 정권 출범에 기여하며 고속 승진을 이어 나갔다. 그는 마두로 대통령 아래에서 정보통신장관, 외교장관을 거쳐 재무장관을 지내며 베네수엘라 경제에서 핵심인 석유산업을 관장했다.
그는 오빠인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과 함께 마두로 정권의 기둥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드리게스 의장은 2024년 베네수엘라 대선 때 자행된 부정선거를 총괄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네수엘라 야권 인사들에 따르면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마두로 정권에 대항하는 반대 세력을 색출하기 위해 쿠바 정보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마두로 정권에서 관광장관을 지낸 뒤 망명 중인 안드레스 이사라는 로드리게스 남매에 대해 “매우 교활하다. 그들은 가능한 한 오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마두로 정권의 좌파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가 붕괴되면서 빈곤율이 82%까지 치솟은 가운데,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평소 명품을 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1490유로(약 253만 원)짜리 파란색 루이뷔통 가방을 들고 나오는 등 명품 브랜드를 애용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베네수엘라 야권은 이를 근거로 마두로 정권에서 큰 고통을 겪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인물이라며 공격하고 있다.
한편 4일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이 국제법의 틀 안에서 우리와 함께 공동발전을 지향하는 의제를 중심으로 협력할 것을 요청한다”며 미국과 협력할 의사를 밝혔다. 전날까지도 비상 내각회의에서 마두로 대통령을 향한 충성을 다짐하며 항전 의지를 보였던 그가 태세 전환에 나섰단 분석이 나온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