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국회의장과 여야가 합심해 ‘대한민국의 위기’ 수습하라

국회의장과 여야가 합심해 ‘대한민국의 위기’ 수습하라

Posted October. 29, 2016 09:02,   

Updated October. 29, 2016 09:05

日本語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下野)를 요구하는 대학생과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주말엔 대규모 시위도 예고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전방위로 드러나면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도는 지난주 25%에서 17%로 곤두박질쳤다. 박 대통령의 25일 진정성 없는 대(對)面국민사과 이후 대통령 지지도는 14%까지 급락했다. 박 대통령의 전통적 우군인 보수층의 지지율도 23%까지 주저앉은 사면초가(四面楚歌)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비서실과 내각의 인적 쇄신은 하되, 국무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하거나 야당에서 제기하는 거국(擧國)내각 구성은 거부하고 국정을 주도할 작정이라면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가 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대통령이)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향에서 심사숙고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는데 박 대통령이 흔들림 없이 국정 운영을 주도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성난 민심을 헤아리고 달랠 수 있는 수습책을 내놓지 못하면 하나마나한 대국민사과의 재판(再版)이 될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새누리당과의 ‘최순실 특검’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이미 법이 마련된 ‘상설 특검’에 따라 할 것이냐, 새로 법을 마련해야 하는 ‘별도 특검’으로 할 것이냐를 놓고 여야간에 이견이 나왔지만 최 씨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과 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더 클 것이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내놓을 인적쇄신 같은 수습 방안과는 별개로 국정농단의 진상 규명을 통해 국민이 느끼는 의혹을 풀어주기 위한 민심 수습책이다. 검찰이 당초 최 씨 관련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아니라 부동산 사건 전담부서인 형사8부 막내검사한테 배당했다가 여론의 비난이 거세자 판을 키워 지금은 특별수사본부까지 차리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미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지금의 사태는 대통령과 그 측근이 관련된 의혹에서 비롯됐다. 박 대통령이 특검 책임자를 낙점하는 상설 특검을 할 경우 과연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고, 설사 수사 결과를 내놓은들 국민이 수긍하겠는가. 특검 책임자를 야당이 추천하는 사람으로 할 수 있도록 야당 주도의 별도 특검에 협조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상책(上策)이다. 이명박 대통령 때 야당 주도의 ‘사저(私邸) 특검’을 진행한 전례도 있다. 야당도 다른 사안과 연계해 특검 협상을 중단할 때가 아니다.

 박 대통령의 연설문 초안 작성을 맡았던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이 연설문을 작성하면 이상해져 돌아왔다고 말했다는 그간의 언론 보도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최순실 씨는 전혀 몰랐다“면서 ”연설문의 큰 수정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중간에 누가 손을 댔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루 전 최순실 씨의 독일 인터뷰와 마찬가지로 수사를 앞두고 당사자들끼리 미리 입을 맞추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도 든다. 증거 인멸 등을 감안하면 특검은 빠를수록 좋다.

 어제 정세균 국회의장이 31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한 것은 적절하다. 명분은 내년 예산안의 법정시한(12월 2일) 내 합의처리 문제지만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특검 도입, 거국중립내각 구성, 개헌 등 현 시국 전반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정부와 더불어 국정을 이끌어나가는 한 축이다. 지금 야당이 국정 협조의 조건을 내걸거나 여당처럼 대통령의 처분만 기다릴 때가 아니다. 국회의장와 여야 대표들이 협력해 국회 주도로 타개책을 마련해 대한민국의 침몰을 막아야 할 것이다.



이진녕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