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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3국지, 중일기업은 뜨고 한국만 가라앉는가

기업 3국지, 중일기업은 뜨고 한국만 가라앉는가

Posted July. 22, 2014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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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3국 기업들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미국과 함께 명실상부한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중국 기업들은 기존의 노동집약형 산업에 이어 전자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급성장했다. 1990년대 초의 거품 경기 붕괴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보낸 일본 기업들도 아베 신조 정권의 경기부양과 기업지원책에 힘입어 다시 살아났다. 레노버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전자업체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01년 6.1%에서 올 1분기 20%로 높아졌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3사의 미국시장 점유율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국 기업의 질주와 일본 기업의 부활과 대조적으로 한국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선전()하던 글로벌 대기업조차 영업실적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2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LG화학이 28% 줄었다. 이번 주에 2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하는 현대차 기아차 포스코의 작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도 상당폭 감소할 것이 확실시된다. 기업 투자도 부진하고 그나마 국내보다 해외투자 증가율이 높아 산업 공동화() 우려마저 나온다.

최근 한국 기업들의 실적 및 국내 투자 부진은 원화 강세에 따른 채산성 악화, 정치권과 정부가 쏟아낸 기업 옥죄기 정책, 전투적 노조의 경직된 노동운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고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면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를 늘리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다. 한국 기업들이 왜 한국에서의 투자를 꺼리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돌아보고 기업 활력을 되살리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기업 경쟁력에 먹구름이 낀 현실에서 올해 들어 노사 분규도 크게 늘어났다. 올 상반기 노사분규는 45건, 총 근로손실일수는 10만3000일로 작년 상반기의 약 3배로 증가했다. 통상임금 확대와 정년 연장 같은 첨예한 이슈가 맞물리면서 민주노총 산하 강성 노조들은 대규모 파업 움직임을 보인다. 노동계의 하투(하계투쟁) 파장이 확산되면 생산 차질액은 증가하고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조찬 회동에서 내수 부진 등으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정책 공조()를 다짐했다. 민생과 기업의 어려움이 커진 현실에서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의 수장()이 만나 불필요한 마찰 대신 협력 의지를 밝힌 것은 일단 바람직하다. 하지만 경제 살리기의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덕담 이상의 의미가 없다.

정부는 24일 경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 부총리는 한중일 삼국 중에서 가장 어려운 우리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그 후폭풍을 직시하고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리인하 타이밍을 실기()했다는 지적을 받는 한은도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기 활성화를 위한 분명한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