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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풀린 오자와 총리 도전 잰걸음 (일)

Posted April. 27, 2012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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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는 부활할 것인가.

지난 20여 년간 일본 정계의 막후 실력자로 군림해 온 오자와 이치로(69사진) 전 민주당 대표의 정치자금법 족쇄가 풀렸다. 오자와는 당장 9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 총리직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등 일본 정계에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도쿄지방법원은 26일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자와 전 대표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의 혐의는 자신의 정치자금관리단체인 리쿠잔카이()가 자신의 돈 4억 엔을 빌려 도쿄시내 택지(3억 5200만 엔)를 구입하고도 이를 그해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이미 2010년 혐의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던 사건을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지난해 1월 강제 기소했었다. 이날 판결은 1심이지만 검찰심사회가 항소해도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오자와에 대해 법원의 무죄 판결이 나자 호외를 발행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내 최대 계파인 오자와의 복권이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느라 크게 술렁였다.

당장 오자와 대 반() 오자와 전선이 형성돼 날선 공방을 벌였다. 오자와 전 대표의 지지자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오자와 씨는 일본 정치에 없어서는 안 될 정치가라고 환영했다.

야당은 오자와의 비서들이 관련 사건으로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만큼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당의 이시하라 노부테루() 간사장은 오자와를 국회에 증인으로 소환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었다는 소비세 인상 법안에도 협조할 수 없다며 오자와를 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오자와 전 대표와 가까운 고시이시 아즈마() 민주당 간사장은 정지됐던 오자와의 당원자격을 당장 복권하겠다고 나섰지만 반() 오자와 진영인 마에하라 세이지() 정조회장은 당원자격 정지는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라고 견제했다.

간 나오토() 총리에 이어 오자와 그룹을 배제해온 노다 총리의 국정 운영은 한 층 어려워졌다. 오자와가 소비세인상 법안은 물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등 노다 정권의 핵심 정책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자와는 9월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설 전망이지만 당내 갈등이 격화되면 민주당이 분열해 정계 재편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 가메이 시즈카() 전 국민신당 대표 등 주요 정치 세력은 오래 전부터 오자와에 연대의 손짓을 보내왔다.

오자와는 한국 정치의 3김씨와 같은 존재다. 1969년 27세로 중의원이 된 그는 47세이던 1989년 집권 자민당 간사장이 돼 황태자로 군림했다. 1993년 자민당을 뛰쳐나온 뒤로는 분당 합당 창당 등 일본 정계개편을 주도했고, 2009년에는 자민당 일당독재 체재를 끝내고 민주당의 창업공신이 됐다. 하지만 돈에 기대는 구시대 정치가 부메랑으로 돌아와 정치인생의 정점에서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일본에서 오자와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리지만 그의 큰 판을 짜는 능력과 카리스마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일본 정계가 그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