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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수수료 낮추고 판로개척 파트너로 (일)

Posted August. 16, 2011 08:11,   

전국 유명 백화점에서 60개의 여성의류매장을 운영 중인 중견 의류업체 사장 H 씨(64)는 대학 졸업 후 가업을 잇겠다는 큰아들에게 대기업에 취직하라며 말렸다. 그는 20년 가까이 제대로 된 계약서 한 장 받지 못하고 구두 계약으로 백화점에 납품을 해왔다며 아들에게까지 을()의 업보를 물려주기 싫다고 말했다.

중소업체들이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과정에서만 괴롭힘을 당하는 게 아니다.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판로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말 못 할 피해를 당하는 중소기업의 고통 또한 심각하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중소업체들에서 과도한 판매수수료를 취하고 협찬을 요구하며 군림한 지 오래다. H 씨처럼 제대로 된 서면계약서를 못 받는 경우는 허다하고 설사 계약서를 받더라도 이면계약서를 따로 쓰는 일이 많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6월 롯데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판매수수료율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평균 수수료율은 29.33%로 2008년 28.85%, 2009년 29.04%에 이어 매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평균 판매수수료율이 30.87%로 국내 최고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의 횡포도 심하다. 건강기능식품을 백화점에 납품하는 김모 사장은 지난 설에 한 대형마트에서 전화를 걸어와 우리 백화점 상품권 1000만 원어치만 구입하라고 통보하더라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납품이 끊길까 봐 겁이 나 할 수 없이 구매했다고 토로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입점업체의 연간 상품권 구입비용은 평균 1200만 원이다.

송창석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이 중소기업에는 생존이 걸린 판로 문제와 직결된다며 유통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처진 후진적인 산업이 없을 정도로 이 분야의 상생은 그동안 외면돼 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