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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지도자 수업 10년 후 올림픽 메달 도전 꿈 (일)

차근차근 지도자 수업 10년 후 올림픽 메달 도전 꿈 (일)

Posted April. 23, 201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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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실감이 안 나요. 운동화가 아닌 구두를 신고 코트 밖에서 후배들을 지켜보면 가슴이 시릴 것 같네요.

예정된 일이었지만 결정은 쉽지 않았다. 27년 간 누빈 코트였기 때문이다. 20일 두 번째 은퇴를 선언한 포인트 가드 전주원(40)의 마음이 그랬다. 2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전주원은 1년 전부터 은퇴를 준비해왔다고 했다. 지난해 신한은행과 1년 계약을 하며 마지막 시즌이라는 뜻을 전했다. 시즌이 끝나자 구단으로부터 다음 시즌 전반기는 쉬고 주요 경기만 뛰면서 1년 더 하자는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그만두자고 마음먹었다.

학창 시절 우상은 허재 강동희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전주원의 농구와의 인연이 궁금했다. 그는 선일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농구부 합숙 생활을 시작했는데 무척 고됐다. 5학년 때 엔트리에 들지 못해 소년체전에 못나갔을 때 처음으로 오기가 생겼다. 그 때의 승부욕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전주원의 롤 모델은 여자 선수가 아니었다. 당대 최고 스타이자 이번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을 다투고 있는 허재와 강동희 감독이 주인공이었다. 전주원은 초등학생 시절 용산고에서 뛰던 허재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연구했다. 허재에게선 2대2 플레이를, 강동희에게선 완급 조절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1991년 첫 대표팀 합숙에서 이들을 만났을 때의 설렘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새 여성 지도자 상을 꿈꾸다

전주원은 다음 시즌부터 신한은행의 정식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 여자 농구 최고 스타로선 소박한 출발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일부에선 바로 감독을 맡아도 된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전주원의 생각은 달랐다. 착실히 단계를 밟겠다고 했다. 그는 하는 농구와 보는 농구는 분명히 다르다. 감독은 선수 지도 말고도 대외 업무가 많은 자리다. 여성 감독은 안 된다는 선입견도 넘어야 한다. 이런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배워야할 게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주원은 인생 2막의 꿈을 숨기지는 않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4위전에서 브라질에 져 메달을 걸지 못한 꿈을 후배와 함께 이루고 싶다는 거다. 그는 언젠가 지도자로서 능력을 갖추면 대표팀 감독으로 올림픽 메달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원은 인생에서 신뢰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신한은행이 통합 챔피언 5연패를 달성한 뒤 동아일보를 방문해 은퇴 후 첫 대면 인터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날 기자와의 약속을 지켰다. 그를 보며 한국 여자 농구의 꿈인 올림픽 메달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유근형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