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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최악 시나리오 (일)

Posted March. 16, 2011 06:57,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1, 3호기에 이어 4호기에서 수소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고 2호기에서는 원자로 격납용기마저 손상되면서 일본 원전 사태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고 있다. 격납용기는 격납건물과 압력용기인 원자로 사이에 있는 강철 구조물이다. 원자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외부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격납용기의 손상은 방사성 물질의 대량 누출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핵연료봉과 원자로 내부 시설물이 용암 같이 녹아내리는 노심용융으로 인한 증기폭발이다. 1979년 3월 28일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는 핵연료가 용암처럼 녹아 원자로 바닥을 뚫고 나가기 직전까지 간 상황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노심용융물이 원자로를 녹이고 격납용기 바닥으로 흘러나온다면 최악의 경우 증기폭발과 함께 대규모 방사성 물질 누출이 일어날 수 있다.

2호기는 현재 원자로 내 압력을 떨어뜨리는 장치인 압력억제실 설비에서 폭발이 일어나 균열이 간 상태다. 격납용기에 균열이 간 상태에서 용융된 핵연료가 녹아내리면 방사성 물질이 대규모로 공기 중에 노출되게 된다. 격납용기가 온전한 1, 3, 4호기도 안전하진 않다. 원자로에서 용융된 노심이 흘러내리면서 물을 만나면 증기폭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건물 일부를 붕괴시킨 수소폭발보다 증기폭발의 강도가 더 셀 것이라고 예상한다. 1986년 4월 26일 옛 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역시 증기폭발 이후 수소폭발이 연달아 일어나 피해가 컸다.

격납용기와 건물 바닥까지 폭발 없이 노심용융물이 도착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용융물이 3040cm의 격납용기와 2m 두께의 격납건물 바닥 콘크리트까지 뚫고 지하수와 만나도 증기폭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용융물이 흘러내리면서 수소, 이산화탄소 등의 기체도 다량 발생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수소폭발의 우려도 커진다. 한양대 원자력 공학과 제무성 교수는 증기폭발이 일어나면 원전 건물 전체가 붕괴되고 내부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사방으로 퍼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원자로 내부에서 증기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는 원자로를 냉각하기 위해 바닷물을 주입하고 있는데 노심이 완전히 녹으면 바닷물과 반응해 내부에서 증기폭발이 일어난다. 바닷물이 고온의 노심용융물과 만나면 부피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원자로 내부 압력이 커지는데 12기압 이상으로 올라가면 원자로 압력용기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원자로가 붕괴되면 그 압력으로 격납용기와 건물도 파괴돼 방사능이 다량 방출된다. 증기폭발로 인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흘러간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이 된다. 해류를 타고 넓은 바다를 오염시켜 2차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제 교수는 지금까지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한 사고평가척도(INES)의 4단계로 평가되고 있지만 증기폭발이 일어나면 56단계까지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은 7단계였다.

최악의 상황에 적극 대비해 노심용융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몇 달 간은 해수 공급이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핵연료에 남아있는 열이 한 달 이상 지속되기 때문이다. 열이 다 식으면 해체해서 폐기물 처리를 할지 체르노빌 원전처럼 시멘트로 고립시킬지를 결정하게 된다.



최세민 ju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