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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빔밥 이익집단 한나라당

Posted February. 14, 20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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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갈등이 진흙 밭 싸움 양상이다.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되는 강재섭 전 대표를 놓고 지도부 간에 신경전이 치열하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선거에 나가서 당을 위해 공헌을 하시려면 좀 어려운 지역에 나가는 게 맞다고 반대했다. 강 전 대표의 공천을 지지하는 쪽은 이들이 과거 그에게 졌던 빚을 의식하는 듯 하다. 반대하는 쪽은 겉으론 그의 낡은 이미지를 거론하지만 힘센 경쟁 상대가 당내로 들어오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안에는 한나라당에서 친박계 52명 의원 이외에 친이계 43명과 중립계 의원 19명도 동참했다. 개헌 문제를 놓고 친이와 친박계가 날선 대립을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부동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박근혜 파워의 위력일까. 그런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듯 이재오 특임장관은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일하는 것은 국민을 많이 피곤하게 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어느 쪽에 줄을 서야 할지 한나라당 의원들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문제를 놓고는 충청권과 비 충청권, 친박계와 친이계가 서로 아옹다옹한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치적 이해 타산과 지역이기주의가 맞물려 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도 마찬가지다. 같은 영남권 내에서도 후보지로 밀양 하남읍을 지지하는 대구-경북-울산-경남 지역 의원과 부산 가덕도를 미는 부산 지역 의원 간에 편이 갈려 있다. 한나라당은 목하 사안에 따라 이 편, 저 편으로 마구 뒤엉켜 싸우는 이익집단 형국이다.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에서 주인공 권 여사는 혼자 몸으로 억척스럽게 곰탕집을 운영해 번 거금을 모두 자식들을 나눠준다. 그러나 자신이 납치됐다는 얘기를 듣고도 자식들이 제 잇속 차리기에 바쁘자 납치범들과 짜고 500억 원의 몸값을 받아낸다는 것이 줄거리다. 늦게나마 자식들을 다시 정신 차리게 하려는 것이 권 여사의 진의()였다. 한나라당이 저 지경이면 권 여사의 자식들처럼 국민한테 보기 좋게 복수를 당할 날이 올 것이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