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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입 여는데 해적수사 매뉴얼 통했다 (일)

해적 입 여는데 해적수사 매뉴얼 통했다 (일)

Posted February. 07, 201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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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주얼리호 피랍 사건을 수사 중인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석해균 선장(58)에게 총을 난사한 용의자인 무함마드 아라이(23)가 자백을 하지 않더라도 해상강도 및 살인미수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이 미리 준비한 16가지 해적 수사 매뉴얼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모르쇠로 일관하던 해적들이 점차 입을 열고 있는 데다 구출 당시 촬영한 동영상 등 범죄를 입증을 정황 증거 역시 충분히 확보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라이 자백 없어도 혐의 입증 자신

수사본부는 6일 아라이가 석 선장을 쐈다는 정황 증거를 대부분 확인했다며 검찰에 송치하는 8일 전에 자백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아라이의 자백 없이도 해상강도 살인미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두찬 갑판장(61) 등 한국인 선원 3명과 동료 해적 4명이 아라이가 쐈다고 공통적으로 진술했기 때문. 진술 내용도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등 구체적이라는 판단이다.

청해부대 2차 구출작전 당시 촬영한 동영상도 해적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유력한 정황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라이가 석 선장에게 총을 쏘는 장면은 없지만 한국 선원들이 이 동영상을 보면서 당시 상황을 진술하는 등 증거 확보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16가지 해적 수사 매뉴얼 먹혔나?

아라이가 총기 소유 사실을 인정하고 동료 해적 4명이 아라이를 총기 난사 용의자로 지목하는 등 모르쇠로 일관하던 해적들의 입도 열리고 있다. 여기에는 수사본부가 마련한 16가지 해적 수사 매뉴얼이 큰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사법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해적 수사인 데다 3중 통역으로 수사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되자 미리 필드 매뉴얼(FM) 형태로 만들었다.

해적 수사 매뉴얼은 피의자 인권 건강 종교 회유 수사기본 사항 위주로 꾸몄다. 해적이라도 인권은 존중하되 이번 해적수사가 국제 표본이 될 수 있는 만큼 무리하지 말고 절차 등 수사기본을 착실히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백이 나올 수 있도록 해적 건강 상태에 관심을 두고 종교적 감성적 심리적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회유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시했다. 김충규 수사본부장은 해적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고 자백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적 피해 막기 위해 밝혀야 할 과제

해적들의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남은 과제는 많다. 국내 선박에 대한 해적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삼호드림호를 납치했던 해적과의 연관성, 삼호주얼리호 운항 계획 등 사전 정보 입수 의혹, 해적 배후 등을 반드시 풀어야 한다.

김 갑판장은 본보와 인터뷰에서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해적들이 한국 선원을 확인하자 same, same(삼호드림호와 같은 회사)이라고 외치고 석방 금액인 950만 달러를 이야기하는 등 삼호드림호 납치를 자세히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해적들은 납치 보름 전부터 합숙하며 범죄를 준비한 점으로 미뤄 정보를 미리 입수했을 개연성이 크다. 수사본부는 삼호드림호, 금미305호 납치 해적과의 관련 여부도 파악하겠다고 밝혔지만 3중 통역 등의 문제점으로 아직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

석 선장의 몸에서 빼낸 총알 3개는 아라이가 석 선장을 쐈는지 아닌지를 결정할 물증이 된다. 일부 누리꾼이 AK 소총의 관통력이 높다는 근거로 석 선장이 아군 총에 맞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 때문에 법원에 넘길 물증 확보와 의혹에 대한 해명 차원에서라도 확실한 분석이 필요하다. 직접적인 수사 대상은 아니지만 오만에서 한국으로 석 선장을 이송할 때까지 정부 직원 대처가 신속하고 정확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윤희각 이원주 toto@donga.com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