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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뭐가 급한지 진심이다, 조건없다, 빨리보자 다그쳐 (일)

북 뭐가 급한지 진심이다, 조건없다, 빨리보자 다그쳐 (일)

Posted January. 10, 201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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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8일 오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내면서 우리는 현 남조선 당국이 임기 5년을 북남 대화 없이 헛되이 흘려보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사뭇 남측을 걱정하는 어투다. 또 담화는 만나보지도 않고 진정성 운운하며 여러 조건부를 앞세우는 것 자체가 진정성 있는 태도라 할 수 없다. 우리 대화 제안에는 아무런 조건부도 없으며 그 진의를 의심할 것도 없다고 강변했다. 북한이 1일 신년공동사설과 5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에 이어 8일 조평통 담화를 통해 신년 대남 대화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들이 대화 공세를 통해 바라는 큰 그림은 무엇일까. 그리고 대화에서 위협으로, 다시 대화로 이동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북한의 심상찮은 신년 대화공세

최근 잇단 북한의 대화 제의에는 과거의 행태와는 다른 점이 많다.

통일부 당국자는 9일 1990년대 이후 줄곧 대남 비방의 주역이던 조평통이 전향적인 대남 대화 제의를 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24일 정부가 천안함 폭침사건 대응조치를 발표하자 다음 날 오후 조평통이 담화를 내고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며 독설을 늘어놓은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북한이 5일 내놓은 연합성명도 마찬가지다. 성명은 1972년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합의한 74공동성명을 언급했다. 북한은 김대중 정부 출범 2년째인 1999년 2월에도 이번처럼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를 연 뒤 남조선 당국과 해외의 정당, 단체 및 각계 인사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남북 고위급 정치회담을 제의했다.

당시 편지는 남한 정부에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 국가보안법 철폐 남한 내 진보진영의 통일운동 보장 등 3대 실천적 조치들을 요구한 뒤 이와 같은 실천 사항들이 해결된 기초 위에서 올해 하반기에 북남 고위급 정치회담을 열자고 공개 제의했다.

이후 북한은 김대중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과 그 결과물인 615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동시에 1998년 장거리로켓 대포동1호 발사 이후 관계 악화 일로에 있던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와 2000년 10월 조미 공동선언(북-미 코뮈니케)에 합의해 2년 만에 대남대미관계의 동시 진전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2000년의 영광 재현 vs 핵 보유 위한 시간 끌기

북한이 북핵 6자회담의 재개를 앞두고 전향적인 대남 대화공세를 펴고 있다는 점에서 2000년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성명을 통한 대남 당국 간 회담 제의라는 12년 전 성공스토리를 다시 들고 나와 남북 정상회담을 관철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의 핵 문제 빅딜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은 12년 전처럼 남한 정치인 또는 국가정보원 고위 당국자와의 비밀접촉을 추진하고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같은 미국 핵심 당국자들을 평양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2000년 이후 10년 넘게 진행된 역사에서 학습효과를 얻은 북한이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남한이나 미국만큼 북한도 상대방과의 진정성 있는 관계 개선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게 됐고 당시와는 달리 핵 개발 기술 수준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도 1994년 미국과 맺은 제네바합의, 2000년 북-미 공동선언은 물론이고 남한과 체결한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등 주요 합의가 양국의 정권교체 후 흐지부지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에 과거처럼 순진하게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북한은 임기를 2년 남긴 오바마-이명박 정부에 위장 평화공세를 펴며 마무리 핵 개발에 속도를 낼 시간을 벌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1999년 6월 제1차 연평해전을 일으키는 등 대화 시기에도 무력 위협을 병행했기 때문에 올해 3차 핵실험이나 남한 영토에 대한 무력 도발을 할 수도 있다.

핵 보유 자신감 vs 제재와 인내 효과냐

정부 당국자는 최근 대화 제의로 북한의 대남 이중전술의 진폭이 커지고 주기가 짧아졌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2009년 8월 남북 정상회담 제의2010년 3월 천안함 폭침2010년 9월 적십자회담 제의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2011년 1월 신년 대화공세 등 대화와 위협의 수위가 높아지고 전환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이 핵 보유 자신감을 바탕으로 과감한 무력 도발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화 제의도 전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일부 당국자는 그만큼 북한이 조급하다는 뜻으로 한국과 미국이 인내심을 가지고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이끌어온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