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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팀을 2위로사서한 고생 결실 (일)

Posted March. 09, 201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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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전창진 감독(47)이 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국농구연맹(KBL)센터에서 열린 프로농구 기자단 투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정규시즌 1위 사령탑이 아닌 감독이 이 상을 받기는 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두 번째다. 19992000시즌 4위를 한 TG삼보 최종규 감독이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전 감독은 그 밑에서 코치였다.

전 감독은 정규시즌 2연패에 성공한 38년 지기 유재학 모비스 감독(47)을 제치고 감독상을 받았다. 지난 시즌까지 동부 사령탑이던 그는 이번 시즌 KT 지휘봉을 잡았다. KT는 지난 시즌 꼴찌 KTF가 이름을 바꾼 팀. 좋은 선수들 데리고 편하게 농구할 수 있는 동부를 떠나 꼴찌 팀으로 간다니 주변에서는 다들 말렸다.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KT를 창단 후 최고 성적인 2위에 올려놨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적이다. 그가 받은 감독상은 사서 한 고생에 대한 평가이자 대가다.

이번 시즌 KT는 외국인 선수 2명이 바뀐 것 말고는 별다른 전력 보강이 없었다. 전 감독은 선수들을 어떻게 바꿔놨을까. 감독이 원하는 대로 선수들이 움직이게 하려면 선수들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 방법을 내가 좀 안다는 게 그가 스스로 밝힌 노하우다.

전 감독은 KT 지휘봉을 잡자마자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는 틈만 나면 기자들 앞에서 선수 칭찬을 했다. 언론의 관심이 자신에게만 쏠리자 그는 농구는 선수들이 하는데 왜 자꾸 나한테 관심을 갖느냐. 이렇게 열심히 뛰는 선수들 데리고 하면 누가 감독이라도 잘할 것이라며 선수들을 치켜세웠다. 그는 문자메시지도 수시로 보낼 만큼 선수들과 격 없이 지낸다. 이런 스타일에 대해 강동희 동부 감독(44)은 감독이 그 정도까지 하는데 열심히 안 하면 그 선수는 나쁜 놈이라고 했다.

전 감독은 이어 열린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도 여전했다. 그는 정규시즌 1위 경험이 한 번도 없는 팀에 1위의 감격을 맛보게 해 주고 싶었는데 뜻대로 안 돼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옆에 있던 다른 팀 감독들로부터 저쯤 되면 병이다는 듯한 눈빛들이 쏟아졌다. 4강에 직행한 전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한 번 선수들을 위한 감동 선사에 도전한다. 전 감독은 역대 사령탑 중 포스트시즌 승률(0.653)이 가장 높은 감독이다.



이종석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