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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접근법 한목소리 낸 두 정상

Posted April. 23, 200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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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을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양국관계를 더욱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익 자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로버트 갈루치 미국 조지타운대 에드먼드월시스쿨(외교대학원) 학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한일 정상외교에 대해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지향적 협력을 증진하는 분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1994년 국무부 차관보로 북-미 간 제네바 협정의 주역이기도 했던 갈루치 학장을 21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번 한미 정상외교를 평가한다면.

깜짝 놀랄만한 뉴스거리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보다 이 대통령을 훨씬 편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이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동맹의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워싱턴의 목소리에 화음을 맞춰줬다. 특히 북핵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해 두 정상이 한목소리를 냈다.

노무현 정부 때 상처받은 한미관계가 본격 치유단계에 들어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맹에 걸림돌이 되는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북핵 문제가 잘 풀릴 듯하면 북한이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고, 남북관계가 잘 풀리는가 싶으면 핵문제로 꼬일 수 있다. 무역 갈등이 생길 수도, 미군 장갑차 사건처럼 주한미군에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양국관계의 토대를 이루는 분위기는 매우 좋아졌다.

전략 동맹, 즉 글로벌 파트너십이 강조되고 있다. 미국에 한국과의 글로벌 파트너십의 의미는 무엇인가.

한국의 이라크 파병이 (미국에) 얼마나 소중한 일이었는지를 한국은 잘 모를 수도 있다. 미국은 태생적으로 국제 문제의 부담을 동맹들이 함께 져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현재 대선 후보 3명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는 미국의 글로벌 역할을 중시하고 우방들과 더욱 긴밀히 결합되길 기대할 것이다.

미국이 구체적으로 원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은 무엇인가.

시기에 따라 중점을 두는 문제가 다르다. 현재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대한 우방들의 도움을 기대한다. 미국이 병참, 혹은 병력, 혹은 재정적 지원을 기대하는 쪽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활력 있는 사회이며, 경제적으로 번영하는 강한 나라이며, 국제정치적으로 중요한 나라가 되고 있다. 그런 위치에 걸맞게 책임을 나누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한국 내에선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이 구체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이냐는 냉소적 시각도 있다.

일본을 예로 들어보자. 일본은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세계와 무역을 하고 있다. 세계질서의 안정과 평화, 안전한 시장 접근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스케일은 각각 다르지만 미국이나 유럽도 마찬가지다. 한국도 석유를 비롯한 자원과 물자가 필요하다. 세계가 개방경제를 유지하고 안정적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어떤 경우든 한국에도 이익이 된다고 본다. 어떤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지 결정하는 것은 한국 국민의 몫이다.

중국의 부상을 놓고 한국의 미래에 대한 토론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떠오르는 파워이며 미국은 오래된 슈퍼파워다. 앞으로 20년 안에 통일이 되는 상황도 생각해야 한다. 한국이 미래에 중국 쪽으로 다시 기울 것이란 관측이 있는데 전통적 국제정치학의 관점에서 보면 강대국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국엔 수천 마일 떨어져 있는 미국과의 동맹이 매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미래지향적이고 실용적인 한일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과거사 문제는 여전히 한일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일 양국엔 역사가 있지만 그런 역사에 구속되지 않는 미래도 앞에 놓여 있다. 양국 주변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라는 강대국이 있다. 동북아 안보상황에 대한 이해와 협력이 돈독할수록 한일 양국의 직접적인 군비경쟁과 적대감, 영토분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정치적으로 양국이 다퉈야 할 구조적인 요인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에 연락사무소 개설을 제안했지만 북한에선 반응이 없다.

그 제안이 공을 상대방 진영에 넘기는 식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북한이 한국에 화가 나는 일이 생기자마자 문을 닫아버리는 식이 아니라 더 지속적으로 작동해 성과를 내는 시스템이 되길 바란다. 노무현 정권 때였다면 부시 행정부는 핵문제가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이 또 앞서간다고 느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미국에서도 좋은 아이디어로 평가되는 것 같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이나 시리아 핵 지원 문제를 덮고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강경파들 사이에서 나온다.

북한도 시리아 문제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에 이번 합의는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단계의 연속선상에 있으며 시리아나 우라늄 문제도 그 자체로 중요하다. 유연성과 실용적 이익의 차원에서 합의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를 놓고 한미 간에 미묘한 갈등이 빚어질 소지는 없는가.

북한이 추구하는 것이 뭔지를 서울과 워싱턴이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미국과의 정치적 관계다. 에너지, 식량, 재정지원은 그보다 아래다. 서울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다면 최상이다. 평양이 한미 간에 틈을 만들어 갈라놓지는 못할 것이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