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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굳힌 이재오

Posted March. 25, 2008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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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렸다.

이상득 국회 부의장과 함께 동반 불출마하는 카드로 총선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낙선의 위기까지 돌파한 뒤 당권에 도전하려던 계획이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친데다 지역구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23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 의원은 불출마 결심을 굳히고, 정두언 의원과 함께 친()이명박 계열 출마자들을 규합해 이상득 부의장의 불출마를 촉구하도록 하는 등 불도저처럼 움직였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이 의원의 측근 7명이 서울 여의도 시당 사무실에 모여 그의 불출마에 따른 파장과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오후 4시 친이 직계 라인이 이재오 라인 총선 출마자 55명의 공천반납까지 걸고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촉구할 때까지만 해도 이 의원의 불출마는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이 부의장이 불출마 압박을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이날 밤 이 의원이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만난 뒤 완전히 달라졌다. 이 회동에서 이 의원은 자신의 총선 불출마 의견을 밝혔지만 이 대통령이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취지의 얘기를 하며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의장도 이날 밤 언론 인터뷰에서 끝까지 총선에 임해서 유권자의 평가를 받는 게 국민과 당에 대한 의무이자 도리다. 총선이 끝날 때까지 포항에 머물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나왔다.

이후 이 의원과 함께 거사를 주도했던 핵심 의원들은 밤 11시 쯤 서울 강북의 모처에서 만나 대응책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의원은 24일 오전 자신의 측근 의원을 비롯해 주요 당직자들과 연쇄적으로 통화하고, 지역구 참모들과 회의를 한 뒤 불출마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가 불출마하면 혼자만 죽는다는 의견을 내 고심 끝에 결국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통화에서 이 의원이 오늘 아침 8시쯤 전화를 걸어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조언을 구하길래 현 시점에 혼자 불출마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측근 의원들의 만류도 그의 결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통화에서 이 부의장과의 동반 불출마가 아니라 혼자만 불출마할 경우 총선 판도에 미칠 파급력이 크지 않고 자칫 지역구 선거 패배의 위기에서 도망치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을에 출마할 예정인 이 의원은 현재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15%포인트 안팎으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게 뒤지고 있고 격차는 점차 벌어지는 추세다.

그의 다른 측근도 여당 중진 의원이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가 어려운 것 아니냐며 만에 하나 선거에 패배하더라도 사즉생()의 각오로 임해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주변 일각에는 아직도 선거에서 질 경우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게 돼 당권 도전이 불가능하다며 출마를 만류하는 분위기도 남아 있다.



박정훈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