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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70, 80년대 노래만 흘러나온 열린우리 전당대회

[사설] 70, 80년대 노래만 흘러나온 열린우리 전당대회

Posted February. 15, 200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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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아직도 과거에 사로잡혀 있었다. 말로는 미래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을 내세우지만 의식은 여전히 1970, 80년대의 반민주독재투쟁 시절에 머물러 있었다.

어제 새로운 통합신당 추진을 공식 결의하기 위해 소집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장. 8개월 동안의 최장수 비상대책위원회 간판을 내리고 물러나는 김근태 전 의장의 입에서는 25년전 민청련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불길 헤치고바위산 넘어. 사회자는 연신 우리는 유신독재를 뚫고, 김대중 대통령 얼굴에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은 수구반동의 시절을 헤치고 참여정부를 출범시켰다며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말자고 했다. 그 뿐이었다.

그 사이 사회자는 몇 차례나 전당대회에 참석한 대의원 정족수 집계상황을 알렸다. 정족수 채우기가 최대의 현안인 기묘한 전당대회였다. 오후 2시 30분 현재 6617명, 72.3%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대회장엔 안도의 한숨이 흘렀다. 그러나 대의원석에 앉아있던 한 국회의원의 입에서는 창피하게 왜 자꾸 정족수 얘기를 하는 거야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의원 31명의 탈당으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던 열린우리당은 이날 전당대회로 당장의 파산은 모면했다. 하지만 3년 3개월 전 100년 갈 정당을 호언하며 민주당을 깨고 나와 새 집권 여당을 만들었던 그들이 수석당원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시점에 폐업 후 신장개업을 하겠다고 한다. 우리 정당사에 전례가 없는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한 때 국회 원내 152석의 막강 파워를 과시하던 열린우리당이 10%대의 국민 지지밖에 못 받는 제2당으로 추락한 것은 자신들만의 개혁놀음에 도취돼 민의()에 귀 막은 오만과 독선의 자업자득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흘러간 옛 노래로 목줄을 세우며 반()한나라당 전선()만 구축하면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들의 눈에는 반한나라만 있지, 국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