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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시와 김정일 사이에 낀 노대통령

Posted February. 02, 200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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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어제 신년 국정연설에서 폭정의 종식과 자유의 확산이 미 정부의 기본정책임을 거듭 밝혔다. 그는 시리아 미얀마 짐바브웨 북한 이란을 꼽으면서 이들 독재국가가 테러리스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대량살상무기의 보유를 추구하기 때문에, 폭정을 종식시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심어 줘야만 세계 평화와 미국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설은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이 올해도 계속 되고, 이 때문에 한미 정부 간 갈등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주 신년 기자회견에서 미 정부가 북한을 압박하고, 북한의 붕괴를 바라는 듯한 방법으로 문제를 풀려 하면 한미 간 마찰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이른바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미국의 외교정책 결정에 있어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새삼 실감하게 된다. 북한 핵 문제의 경우도, 대화와 타협에 비중을 두는 국무부 일선 외교라인의 접근법이 막판에 번번이 통하지 않았던 까닭은 네오콘의 반대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반()인권 및 달러 위조 등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북의 변화와 결자해지()를 요구하는 자세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 그런 원칙 위에서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설득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북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미국에는 할 말은 하겠다거나, 자주()와 민족공조만 앞세우는 식으로는 6자회담의 진전도, 한미동맹의 순항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 정권 출범 후 노 대통령부터 미국과는 각을 세우고 북한은 끌어안기에 바빴다. 그러나 정부는 내심 원하지 않았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결국 수용하고, 북한을 압박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이러니까 여권() 안에서조차 명분도 실리()도 다 잃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대미()외교에서 허풍은 그만 떨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