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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 인터뷰

Posted April. 19, 200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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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일요일 오전 9시예요. 졸리지 않아요?

저 아침잠 없어요. 일요일도 6시 반이면 일어나요.

그렇게 일찍 일어나서 뭐해요?

남북의 창(KBS1 TV 오전 7시30분) 보고요, 시사토론도 봐요. 학교 다니느라 평일에 못했던 인터넷도 해요. 컴퓨터가 창가에 있는데, 아침햇살 받으면서 제 홈페이지에 오른 글을 읽으면 행복해요.

최근 삼성전자와 5억 원에 휴대전화 전속 CF 모델 계약을 했고, 롯데칠성과도 6개월 전속에 3억 원 계약을 했는데 그 많은 돈이 실감나요?

(밝게 웃으며) 써보질 않아서요. 아직 어리니까 주변에서 돈 얘기는 안 해주세요. 그냥 오늘 어디서 이런 촬영이 있다 그걸로 끝이죠.(웃음) 저도 제가 얼마를 받았는지는 나중에 기사 보면서 알아요. 그냥 모르고 사는 게 편해요. 어차피 돈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교복CF 출연료 3억 원도 사회복지기금으로 내놓았어요. 선행 천사란 별명이 붙었어요.

저는 그냥 마음에서 하는 행동인데, 어떤 때는 (그런 행동이) 무슨 상품처럼, 아니면 저의 이미지처럼 돼 버릴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저를 더 숨기게 되는 것 같아요. 엄마는 누구한테 준다 혹은 베푼다고 생각하지 말고 사회에다 너의 사랑을 저금한다고 생각하라고 하셨어요.

고3(광주국제고교)인데 진로는요?

연극영화과도 생각할 수 있지만, 고민이에요. 꿈이 도덕 선생님이었어요. 점수도 제일 잘 나왔고요. 고등학교 와서도 윤리를 참 좋아했는데, 고3 들어서 윤리 과목에 철학사가 나오잖아요? 호호호, 그러면서 점수가 떨어졌어요.

성적은요?

밤 12시까지 야자(야간자율학습)하지만, 11시가 가장 졸려요. 전 밤잠이 많거든요. 잠깐 머리를 옆으로 내리고 공부하는 것처럼 하면서 졸기도 해요. 공부 안 하는 것치고는 성적이 잘 나오는 편이에요. 모르면 (답을) 찍기도 하고요. (성적이) 제 뒤에 있던 아이가 어느새 제 앞에 있을 땐 속이 상해요.

어린 신부가 소녀의 끝자락에 있다면 이번 댄서의 순정은 여자로서 시작에 있는 연기 아닐까요?

사람들은 구분 짓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전 계속 자라고 있는 걸요. 건형(박건형영화 속 상대역) 오빠나 감독님이 첫사랑 얘기도 해주면서 감정을 잡도록 많이 도와줬어요.

첫사랑은 해봤어요?

첫사랑 비슷한 건 해봤죠. 그냥 누군가를 좋아하는 그런 감정 있잖아요.

하루 10시간씩 춤 연습을 하면서 발톱이 빠지는 고통도 있었다는데요.

춤을 추는 거나, 연기를 하는 거나, 사람이 사는 거나 하면서 상처받는다는 건 다 똑같아요. 춤은 몸이 쑤시고 아프다는 것뿐이죠. 저는 몸이 아픈 건 힘들게 생각하지 않아요.

문근영의 출연작은 엄마(광주사직도서관 사서) 외할머니 문근영, 이렇게 모인 3자 회의에서 만장일치제로 결정된다고 한다. 이번 댄서의 순정은 처녀로서 몸매가 날씬해지고 키도 클 것 같다는 외할머니 신애덕 씨(74)의 강추(강한 추천)가 있었다고 한다.

이제 18세예요. 어떤 기분이죠?

작년 5월에 주민등록증이 나왔어요.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별로였어요.

사람이요?

아이 때는 내가 요정도 될 수 있고 천사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주민증이 나오니까 난 이제 그런(요정) 게 될 수 없구나. 사람이 되어 버렸구나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 때 제 꿈이 뤼팽처럼 최고의 도둑이 되어 은행을 털어보는 거였는데요. 주민증에 찍힌 제 지문을 보고, 아 이젠 은행도 못 털겠구나 생각했어요.

최근 같은 소속사에서 친하게 지냈던 선배 배우(이은주)가 세상을 등지고, 1일엔 외할아버지(문근영의 외할아버지는 통혁당 재건 사건 등으로 30년가량 장기수로 복역했던 통일운동가 류낙진 씨다)가 돌아가셨어요.

언니(이은주)는 절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떠나가는 일이 참 아픈 거구나 생각했어요. 슬픈 거랑 아픈 건 다른 거 같아요. 슬픔은 그때뿐이지만 아픈 건 계속 남아요. 예전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했는데, 이런 일을 겪으면서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더 지키고 싶고 그 사람들에게 깊어지고 싶어요.



이승재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