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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벨상보다 부러운 것

Posted October. 10, 2004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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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제에서 연거푸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학력은 중학교 중퇴이다. 그는 자신의 학력이 거론되는 걸 싫어한다. 초등학교 출신에도 불구하고라는 전제와 함께 자꾸 텔레비전의 성공시대 같은 뉘앙스가 깔리는 느낌 때문이다. 예술가는 작품으로 승부하는 사람이다. 학력이라는 편견의 틀로써 보는 것은 부당하다. 그렇지만 교육문제가 심각한 우리 상황에서 그의 존재는 제도권 교육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의문조차 갖게 한다. 그가 다른 사람과 똑같은 교육을 받았다면 지금과 같은 위치에 설 수 있었을까.

외국여행을 할 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온 초등학교 여교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한국에 무슨 일 있어요?라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갑자기 한국 학생들이 떼를 지어 몰려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중에는 혼자 유학 온 아이도 있는데 6개월 이상씩 벙어리처럼 입을 꼭 다물고 혼자 오가는 모습이 너무 불쌍하다고 했다. 그 아이가 왜 부모와 떨어져 고아처럼 홀로 타향살이를 해야 하는지 그 여교사는 짐작조차 못했다. 나로서도 창피한 부분이라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참으로 유별나다. 부모들은 교육 때문에 전세를 얻어서라도 강남으로 이사를 간다. 엄마는 과외비를 보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빠는 자식 교육을 위해서 기러기 아빠도 불사한다. 이렇게 교육열은 지대한데 교육현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입시제도는 우왕좌왕 춤을 추고, 교과서 좌우 이념논쟁, 조기 유아교육, 고교 평준화, 고교등급제 등등 당장 실타래처럼 꼬인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러다 보니 자식 없이 살고 싶어 하는 부부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에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폴리처 교수의 수상 소감이 실렸다. 내가 받은 미국 교육에 감사한다고 그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부러운 말이다. 노벨상도 부럽지만 우리나라 교육에 감사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 교육시스템이 더 부럽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되어야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김 미 진 객원논설위원소설가

usedream@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