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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킨 英노병, 소원대로 한국에 잠든다

한국 지킨 英노병, 소원대로 한국에 잠든다

Posted January. 04, 2019 07:36,   

Updated January. 04, 201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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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전쟁에서 많은 무공을 세운 영국 출신 유엔군 참전용사 윌리엄 스피크먼 씨가 생전 유언에 따라 부산 유엔묘지에서 영면한다. 스피크먼 씨는 작년에 향년 90세로 별세했다. 영국 언론들은 그의 별세 소식을 크게 보도하며 전쟁영웅의 헌신을 기렸다. 3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고인의 유해는 다음 달 인천공항으로 봉환돼 부산 유엔묘지에 안장된다.

 고인은 6·25전쟁 당시 근위 스코틀랜드 수비대 1연대 소속 이등병으로 참전했다. 특히 1951년 11월 임진강 지역에서 벌어진 마량산 전투에서 용맹을 떨쳤다. 마량산은 임진강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였지만 중공군이 대거 진을 치고 있어 미군도 여러 차례 점령에 실패했다.

 스피크먼 씨가 소속된 부대도 중공군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수적 열세에다 탄약도 떨어져 위기에 몰렸다. 당시 스피크먼 이병은 동료 6명과 함께 적진에 침투해 수십 개의 수류탄을 투척한 뒤 육박전을 벌여 큰 전과를 올렸다. 이 과정에서 다리에 중상을 입었지만 소속 부대가 철수할 때까지 후퇴하지 않고 적과 맞서 싸웠다.

 이후 그는 1952년 1월 영국으로 후송됐지만 3개월 뒤 자진해서 한국으로 돌아와 같은 해 8월까지 전장을 지켰다. 그의 전공을 기려 영국 정부는 최고 무공훈장인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수여했다. 고인은 이 훈장을 2015년 한국에 기증했다.

 2010년과 2015년에 한국을 방문한 그는 “당시 수천 명의 중공군이 공격해왔는데 우리는 겨우 700명뿐이었다”며 “싸움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류탄을 있는 대로 모아 내던졌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영국 사람들에게 늘 한국의 발전상을 전하며 ‘내가 그곳에서 싸웠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며 “군인은 늘 자기가 싸웠던 곳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죽으면 재가 돼 한국에 묻혀 영면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한국에 안장되길 원하는 유엔군 참전용사는 별세 후 유족과 협의해 부산 유엔묘지로 모시고 있다”며 “고인도 유족과 협의한 끝에 부산 유엔묘지에 모시기로 했다”고 전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