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클래식 황제’ 페트렌코 손끝에서...‘진짜 말러’를 만나다

‘클래식 황제’ 페트렌코 손끝에서...‘진짜 말러’를 만나다

Posted September. 15, 2017 09:38,   

Updated September. 15, 2017 09:40

日本語
 누군가를 진짜로 안다고, 그의 표정과 얼굴을 다 알고 있다고 믿었다가도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우리는 종종 낯선 얼굴과 마주친다. 13일 저녁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독일 바이에른 슈타츠오퍼가 들려준 말러 교향곡 5번이 그랬다.

 독일 남부의 가장 넉넉한 도시인 뮌헨처럼, 단정하고 우아한 차림새의 신사를 떠올리게 하는 오케스트라 특유의 소리가 바그너 오페라에 능한 베를린 필의 차기 수장 키릴 페트렌코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1부의 시작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랩소디였다.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빗의 연주는 이어지는 말러 5번을 예고하는 듯했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사이에 어떤 틈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페트렌코와 레빗은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놀라운 호흡을 선보였다.

 2부의 말러 5번은 지금까지 접했던 모든 말러 5번들을 뛰어넘는 초월의 경험을 선사했다. 페트렌코는 묵직하고 밀도 높은 오케스트라 특유의 소리를 재료로 삼아, 세밀하게 말러가 곡을 쓸 때부터 상상했던 모든 소리를 빠짐없이 들려주기로 작정한 듯싶었다. 씨앗이 발아하듯 점점 확장되는 세계 속에서, 그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으로 만든 날카로운 칼을 휘두르는 장수처럼 무적이었다.

 널리 알려진 4악장 아다지에토에서 장중한 현의 멜로디는 무한히 뻗어나가며, 순식간에 음표로 이뤄진 무형의 공간을 만들었다. 느린 템포로 흘러가는 멜로디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할 수만 있다면 붙잡아 두고 싶었다. 5악장은 아름다운 무언가를 오감을 총동원해 느끼는 듯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대상을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손끝으로 만지고 향기를 맡거나 혀 아래에서 맛을 음미할 때, 그제야 비로소 진면목을 발견하는 것처럼 말이다. 페트렌코의 손끝에서 말러의 세계는 비관과 우울뿐 아니라 서정과 환희, 기쁨으로 가득 찬 세계임을 증명하는 위대한 여정이었다. 말러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고 다시 한 번 속절없이 그에게 반해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경이로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