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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계속 믿어야 합니까?”

Posted June. 09, 2017 09:09,   

Updated June. 09, 20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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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팀을 한 번만 더 믿어주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사진)은 3일 전지훈련지인 아랍에미리트로 출국하면서 팬들의 응원을 부탁했다. 그러나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 방문경기(14일)를 앞두고 8일 열린 평가전에서 한국이 보여준 모습은 믿음을 심어주기에 부족했다.

 한국은 이날 아랍에미리트 라스알카이마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카타르전의 모의고사 격인 이 경기에서 ‘방문경기 징크스’를 벗어나겠다는 계획도 실패했다. 대표팀은 방문경기 4경기 연속 무승(2무 2패)과 무득점의 부진을 이어갔다.

 최종예선 7경기에서 일관된 전형을 고집해 비판받았던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부임 후 처음으로 스리백 전술인 ‘3-4-3 전형’을 꺼내 들었다.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스리백 중앙 수비수진의 가운데에 위치해 후방에서 공격 전개 역할을 했다. 양쪽 백이 공격지향적인 포백과 달리 수비수 3명이 수비에만 치중하는 이 전술은 상대가 투톱 공격수를 사용할 경우 수비 안정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라크는 원톱을 사용했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0위 이라크는 한국(FIFA 랭킹 43위)을 상대로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을 펼치지 않았기 때문에 스리백의 효과를 볼 수 없는 환경이었다. 오히려 중앙에서 경기를 조율하던 기성용이 수비라인으로 내려가면서 공격수들에게 연결되는 패스가 줄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전반 35분에 손흥민(토트넘)이 첫 슈팅을 기록할 정도로 공격력이 부진했다. 한국은 전반 2개, 후반 4개의 슈팅을 시도하는 데 그쳤고 유효 슈팅은 단 하나도 없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전에 기성용을 중앙으로 복귀시켜 기존에 사용했던 ‘4-1-4-1 전형’으로 바꿨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기성용을 후방에 놓자니 공격 기회를 만들 힘이 약해지고, 위쪽에 놓으면 수비진의 볼 전개가 불안해지는 딜레마에 빠졌다. 스리백 실험은 실패에 가깝다”고 말했다.

 낯선 전술로 인해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우왕좌왕하면서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은 고립됐다. 2016∼2017시즌에 한국인 유럽 무대 한 시즌 최다골 기록(21골)을 세우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친 손흥민이지만 대표팀에서는 최종예선 5경기에 출전해 1골에 그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이 어떤 포지션에서 뛰더라도 골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라크전에서 전반전만 뛴 손흥민은 미드필더의 공격 지원 부족과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은 카타르전까지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공격력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숙제가 생겼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동료 공격수들이 손흥민에게 몰린 수비를 분산시켜 줘야 한다. 이라크전에서는 후반에 교체 투입돼 활발한 돌파를 보여준 황일수(제주)의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2 대 1 패스 등으로 손흥민 등 공격수가 침투할 공간을 만들어내는 부분 전술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종예선 A조 2위 한국(승점 13·4승 1무 2패)은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은 각조 1, 2위에 주어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전에서는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겠다. 이미 최종예선에서 2패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패배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