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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지연된 정의... ‘이태원 살인’ 패터슨 20년형 확정

20년 지연된 정의... ‘이태원 살인’ 패터슨 20년형 확정

Posted January. 26, 2017 08:33,   

Updated January. 26, 20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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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친구와 함께 햄버거 가게를 찾은 대학생을 ‘재미 삼아’ 살해한 ‘이태원 살인사건’의 범인 미국인 아서 존 패터슨(38·미국·사진)이 범행 20년 만에 죗값을 치르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997년 대학생 조중필 씨(당시 22세)를 칼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패터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25일 확정했다. 징역 20년은 사건 발생 당시 만 17세로 미성년자였던 패터슨에게 우리나라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법정 최고 형량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조 씨를 칼로 찔러 살해한 것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밝혔다. 또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원심이 정한 피고인의 형량은 무겁지 않다”고 덧붙였다.

 패터슨은 1997년 4월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9.5cm 길이의 칼로 피해자 조 씨의 목과 가슴을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사건 직후 미군 범죄수사대(CID)는 초동 수사에서 패터슨을 용의자로 체포해 한국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은 거짓말탐지기 결과 등을 근거로 패터슨 대신 범행 현장에 함께 있던 에드워드 리(38)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패터슨과 리는 재판에서 서로 상대방이 조 씨를 죽였다며 다퉜다. 리는 1998년 4월 대법원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패터슨은 이듬해 검찰이 출국정지를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달아났다.

 부실 수사와 실수로 패터슨을 놓친 검찰은 2009년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개봉돼 여론이 들끓을 때까지 재수사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은 뒤늦게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아 2015년 9월 미국 정부로부터 패터슨을 넘겨받았다.

 지난해 1월과 9월 각각 열린 1, 2심 재판에서 법원은 “머리카락과 옷에 묻은 혈흔, 목격자의 증언 등으로 볼 때 패터슨이 조 씨를 죽인 사실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리도 살인 사건의 단순한 목격자가 아니라 패터슨의 공범”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리는 앞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한 사건의 재판이 확정되면 두 번 재판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에 따라 처벌을 면했다.

 피해자 조 씨의 아버지 조송전 씨(77)는 선고 직후 “이제 아들이 제 갈 길을 가게 됐다. 지금은 꿈에서도 아들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머니 이복수 씨(75)는 “아들이 다음 생에는 부잣집에 태어나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했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준일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