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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국가적 위기에 황 권한대행 흔들지 말라

野, 국가적 위기에 황 권한대행 흔들지 말라

Posted December. 15, 2016 09:55,   

Updated December. 15, 20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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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어제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국정이 안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마침 정치권에서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제안해 민생을 살리고자 하는데 잘 검토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회의장이 만나 협조를 약속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회 주도권을 쥔 야권이 황 권한대행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제대로 협조가 이뤄질지 걱정이 앞선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총리는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과 함께 사실상 정치적 불신임을 받은 상태인데 마치 탄핵 가결을 기다린 사람처럼 대통령 행세부터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그제 원내 대책 회의에서 “황교안 총리님, 대통령 되신 것 아니거든요”라고 야유했다. 권한대행을 대하는 야당의 태도는 오만하고 품격도 떨어진다. 정권이 바뀐 것도 아닌데 야당이 황 권한대행을 상대로 군기를 잡거나 점령군처럼 행세하는 것은 옳지 않다.

 황 권한대행을 보좌하는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은 어제 우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20∼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권한대행의 국회 불출석 수용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황 권한대행 측은 “헌법상 대통령은 대정부질문 출석 대상이 아니고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며 출석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황 권한대행이 헌법 규정이나 전례를 들먹일게 아니라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 국민은 황 권한대행이 어떻게 국정을 이끌고 갈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국무총리도 겸하는 행정 책임자라는 위치에서 국민을 대신한 의원들의 질의에 솔직하고도 성심성의껏 답변하면 되고, 정확히 모르는 것은 장관들로 하여금 대신 답변하게 하면 된다. 다만 야당도 권한대행이라는 점을 감안해 과거 국무총리처럼 수시로 불러서 국회에 붙잡아놔서는 안될 것이다.

 여당 원내대표의 부재로 당장 가동하기는 어렵지만 여야가 합의한 여야정 협의체 운영에도 황 권한대행은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야권이 여야정 합의체와 별개로, 여당을 뺀 야3당 대표와 황 권한대행의 회동을 제의한 것은 형식에 다소 문제가 있지만 지금 황 권한대행의 처지에서 야권의 협조 없이는 국정을 꾸려나갈 수 없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당당하게 야당 대표들을 만나 협조를 구할 것은 구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의사표시를 하면 된다. 권한대행 체제에서 정부와 국회, 그리고 여야가 당파를 초월해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위한다는 자세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