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원 부회장 사망으로 충격에 빠진 롯데그룹

　롯데그룹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 그룹의 2인자로 롯데그룹의 기틀을 닦은 이인원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의 사망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26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 본부장의 사망 소식이 세상에 알려진 직후인 오전 8시반경에 굳은 표정으로 서울 중구 을지로1가 롯데그룹 본사로 출근했다. 주변 임원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침통한 모습이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오전에 신 회장의 눈이 충혈 되어 있었다”며 “이 부회장은 신 회장이 큰 형처럼 의지하던 어른이었다. 많이 애통해한다”고 전했다.

　롯데그룹 임직원들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롯데의 한 직원은 “롯데의 성공신화를 상징하는 어른이 이렇게 가셨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롯데그룹 본사 앞은 신 회장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20여 명의 취재진으로 붐볐다.

　이 본부장의 극단적인 행동에 대해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의 핵심 가신(家臣) 3인방의 갈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본부장과 황각규 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소진세 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큰소리가 났다는 말도 전해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 내부에서는 신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서미경 모녀 불법 증여 혐의를 이 본부장이 모두 짊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심리적 압박과 괴로움을 느낀 것 같다”며 “주군(主君)을 위해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 본부장은 그룹의 기둥 같은 존재로 사장단도 모두 존경하던 인물이었다”며 “갈등설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로 이미 사면초가에 빠진 롯데는 2인자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경영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게 됐다. 신 회장이 해외 출장을 떠날 때에는 이 본부장이 사업을 총괄할 만큼 롯데 경영의 구심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의 구속 등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발도 묶여 있는 상태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의 성장동력이던 공격적인 인수합병(M&A)도 올스톱 된 상태”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권기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