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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훼손 막을 생태제방부터 세워라

반구대 암각화 훼손 막을 생태제방부터 세워라

Posted July. 27, 2016 06:53,   

Updated July. 27, 201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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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억원을 들여 3년간 추진한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 댐) 사업이 실패로 끝나면서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임시 물막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4월 청와대 회의에서 “그것(반구대 암각화)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해결을 촉구한 뒤 두 달 만에 나온 방안이다. 임시 물막이는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보존과 식수 문제로 10년 간 갈등을 빚던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돈과 시간만 낭비하고 말았다. 지역주민 설득과 정책조정에 실패한 변영섭 전 문화재청장을 비롯한 관련자들과 치밀한 검증 없이 밀어붙인 정부 당국의 책임이 무겁다.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 암각화는 1년 중 8개월 물에 잠긴다. 60m인 댐 수위를 52m로 낮추자는 ‘수위조절’ 방안도 나왔지만 울산시는 하루 3만 톤의 식수가 부족해진다며 반대한다. 사연 댐 위에 터널을 만들자는 터널물길을 돌리는 안 역시 공사규모만 더 커진다는 난점이 있다.

 현실적인 대안은 울산시가 제안하는 대로 임시 생태 제방을 쌓는 것이다. 암각화 앞으로 지나가는 대곡천 앞에 길이 440m, 높이 15m, 너비 6m의 둑을 쌓아 물이 흘러가지 못하게 하고 제방 근처에 관람객을 위한 교량을 설치하자는 방안이다. 항구적인 보존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설치와 해체가 가능해 암각화의 훼손을 막을 수 있다.

 이 방안에 대해 문화재청은 공사로 주변이 훼손되면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어렵다며 반대한다. 2009년과 2011년 문화재위원회에 안이 상정됐다 부결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암각화가 ‘물고문’에 망가지고 있는데 세계문화유산 타령만 하며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자식이 시름시름 앓다 명이 경각인데 치료 않고 명문대 타령만 하는 부모 같다.

 반구대 암각화는 균열과 박리, 풍화작용으로 307점 중 겨우 20∼30점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암면 면적의 23.8%도 손상된 상태로 2010년 이후엔 현장조사도 하지 않았다. 3년 허송세월하는 동안 훨씬 더 훼손됐을 것이다. 방치하다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날이 불원간 닥칠 것이다. “국보 제1호 숭례문이 불타는 것과 같다”고 탄식만 할 게 아니라 암각화의 추가 훼손을 막는 데 목표를 두면 답이 보인다.



허문명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