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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군사당국회담 제안, 직접 들어 보고 판단해도 된다

북의 군사당국회담 제안, 직접 들어 보고 판단해도 된다

Posted May. 23, 2016 07:36,   

Updated May. 23, 2016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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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이 최근 제7차 당 대회에서 남북 군사당국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한 이후 북이 파상적인 평화 공세에 나선 양상이다. 북한은 21일 인민무력부 명의의 대남 통지문을 통해 “군사당국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 접촉을 5월 말 또는 6월 초에 편리한 날짜와 장소에서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날 우리 정부에 대화와 협상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앞서 북 국방위원회는 20일 공개서한에서 “군사당국회담 제안은 나라의 평화와 민족의 안전을 위한 최상최대의 현실적 방책”이라고 주장했다.

 북의 잇따른 대화 제의에 대해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본보 인터뷰에서 “핵개발을 계속하고 김정은 권력을 이어가기 위한 면피용”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비핵화 얘기 없이는 진정한 평화를 위한 대화가 어렵다는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코너에 몰리게 되자 국제 공조에 균열을 내고 남남갈등을 유도하기 위해 국면전환용으로 대화 카드를 꺼냈을 것이다.

 북의 의도는 뻔해 보이지만 대화 제의를 즉각 거부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해선 보다 깊은 전략적 검토가 필요하다. 북 국방위원회는 “북남 군사당국간 의사통로가 완전히 차단돼 있고 서로 총부리를 겨눈 상태에서 전쟁국면이 지속된다면 예상치 않았던 무장충돌과 그로 인한 전면전쟁 발발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은 2월 개성공단 문을 닫을 때 폐쇄한 군 통신선을 통해 이번에 통지문을 보내왔다. 협박 의도가 담겨 있긴 하지만 어떤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남북간에 대화 채널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낫다.

 북이 비핵화 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직접 확인하고 군사당국회담 개최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그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중국은 물론 미국도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의 병행을 검토했다. 당장은 제재에 전력을 쏟아야 하겠지만 적절한 시기에 우리 주도로 대화를 재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북이 “우리의 과감한 실천적 조치들을 곧 보게 될 것”이라며 평화공세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에도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쪽 얘기를 일단 들어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